일본의 8·30 총선 승리로 출범하는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권의 순항 여부는 내년 7월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의 결과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자민당에 대한 국민의 반감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배경으로 54년 만의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실현했지만, 변화에 대한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경우에 맞게 되는 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역시 당면 과제는 내년도 예산안 전면 재검토 작업이다.

이미 하토야마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총리 직속의 국가전략국을 설치해 예산안 편성을 총괄키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토야마 대표는 민주당이 공약으로 제시한 어린이 수당이나 고속도로 무료화, 농어가 소득보상제 등의 재원을 불필요한 예산 절감 등을 통해 충당한다고 밝힌 만큼 이를 확보하기 위해 예산 편성 작업을 통해 우선 개혁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각 성청(省廳·부처)에서는 계속사업이라든지 관례 등의 이유를 들어 예산안 전면 재검토에 반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개혁의 시험대가 될 예산안 편성 작업에서 민주당이 선거 기간 내내 타파를 외쳤던 관료의 벽을 넘지 못하면 집권 초반부터 정국 주도권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

또 비록 총선 실패로 '야당'이 됐지만 54년의 여당 경험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면서 각종 정보를 독점해 온 자민당의 반격도 넘어야 할 벽이다.

지난 1993년 총선에서 1당을 차지하고도 과반수 획득 실패로 잠시 야당이 됐던 자민당은 당시 겉으로는 '건전야당'을 표방하면서도 호소카와(細川) 당시 연립 정권에 대해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그 결과 비(非)자민-비공산 연립정권은 10개월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특히 선거 기간 공명당의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대표가 "연립정권이란 말은 있어도 연립야당이란 말은 없다"고 밝힌 것도 주목된다.

총선에서 패배한 만큼 연립정권을 운영해 왔던 자민당과 공명당 간의 협조도 무의미하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공명당이 자민당에 비해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중립적이었기 때문에 공명당의 견제를 받지 않는 자민당은 본래의 극우적인 성향을 더욱 분명히 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외교, 안보 분야가 주요 격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간 대치가 격화되고 국회 파행 등 정국이 혼란 양상으로 치닫게 되면 자민당보다 민주당이 입는 타격이 더 크다.

또 하토야마 대표의 정치자금 문제도 그에게는 아킬레스건이다.

선거 과정에서는 정권교체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되면서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그가 총리에 취임하면서는 야권으로서는 최대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

더욱이 하토야마 대표가 자민당을 부패정치의 전형이라고 몰아붙이면서 1993년 탈당하고 현재의 위치까지 오른 만큼 자신의 정치자금 문제가 전면으로 떠오르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게 되면 막다른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특히 집권 초반 이런 과제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할 경우엔 선거 과정, 그리고 집권 초반 자신의 든든한 후원세력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대표 계파가 대안을 모색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물론 하토야마 대표가 이런 점을 고려, 야당과의 충돌을 최대한 줄이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정권공약으로 제시한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야당은 물론 관료 등 기득권 세력의 저항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릿쿄(立敎)대 법학부 이종원 교수는 "예산이 이익 단체들이나 기득권층들에게 낭비되는 것을 수술해야 한다.

처음 국정운영을 하는 만큼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지 않으면 당하게 된다"며 "초반 3개월에 승부를 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그가 이런 난관을 헤치고 집권 초반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느냐가 내년 참의원 선거 승리를 통해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새로운 일본'을 계속해서 만들어갈 수 있느냐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