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리지 前장관, 곧 발매될 저서에서 폭로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 시절 초대 국토안보부 장관을 지낸 톰 리지는 "지난 2004년 대선을 앞두고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테러 위협 경보를 격상시키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리지 전 장관은 오는 9월 1일 판매될 자신의 저서 `우리 시대의 시험'이라는 저서에서 "부시 대통령과 그의 수석 참모들은 테러위협 경보시스템을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조작하려 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고 미 언론이 20일 책의 초록을 인용해 보도했다.

부시가(家)와 가깝고 공화당의 기대주로 주목받던 리지 전 장관은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에 재선돼 재직하던 중 2003년 1월 9.11 테러 이후 신설된 국토안보부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이런 리지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당시 그런 조작압박이 국가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면 당연히 자리에서 그만 뒀어야 하는데 리지는 대선 이듬해인 2005년에나 그만뒀고, 지금까지 그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다"며 뒤늦은 폭로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또 리지가 저서에서 카트리나 발생 이전에 국토안보부와 연방재난관리청(FEMA)를 통합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반론이 적지 않다.

리지가 `요행히'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가 발생하기 전에 장관직에서 물러났지만, 국토안보부가 이런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태세를 갖춰놓는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한편 부시와 한때 정치적 운명을 같이했던 측근들이 등뒤에 비수를 꽂은 일은 이번만이 아니다.

부시의 심복으로 불렸던 스콧 매클렐런 전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임기 말기인 지난해 5월 `부시 백악관의 내막과 워싱턴의 기만적인 문화'라는 회고록에서 "이라크 전쟁은 엄청난 전략적 실수였다"고 왕년의 `주군'을 비판했다.

매클렐런은 한발짝 더 나아가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당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 백악관과 공화당의 큰 반발을 샀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