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전통 건축물 보존을 이유로 민간 건설 프로젝트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또다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찰스 왕세자의 '타깃'이 된 건축물은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대형 사무ㆍ쇼핑용 복합단지 '원 뉴 체인지(One New Change)'.
가디언에 따르면 찰스 왕세자는 지난 2005년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동산 개발업체 '랜드 시큐리티스'에 서한을 보내 건축물이 완공될 경우 인근 세인트폴 대성당의 전경을 해칠 수 있다며 설계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랜드 시큐리티스의 마이크 허시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가 누벨을 선택한 시점에 편지를 보내 자신이 선호하는 건축가들을 만나봐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건물 설계안을 본 적이 없는데도 건축가 선정에 불평했으며 현대적 건축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찰스 왕세자의 민간 건설 프로젝트에 개입한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앞서 런던의 첼시 지역에 있는 옛 군 막사를 유리와 강철 소재의 현대적 빌딩으로 변신시키려는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의 프로젝트에 반발, 투자회사인 '카타리 디아르'를 설득해 로저스의 설계안을 포기하도록 한 바 있다.

찰스 왕세자는 또 영국 정부 자문기구인 '잉글리시 헤리티지 재단'의 이사장에게 런던의 스미스필드 재래시장 재개발 건을 막도록 각료들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는가 하면, 테러 파렐 경(卿) 등 영국의 유명 건축가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에도 지속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가디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와 관련,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의 서낸드 프러사드 회장은 "왕세자는 헌법에 따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 권한이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에 시시콜콜 개입하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면서 찰스 왕세자의 민간 건설사업 개입은 '뻔뻔스러우며, 악의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디언의 보도에 대해 영국 왕실은 왕세자가 세인트폴 대성당이 영국의 스카이라인에 기여하는 바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더 이상의 구체적인 답변은 거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rainmak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