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버드대 흑인 교수 체포 사건으로 불거진 미국 사회의 인종 갈등 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30일(현지시간) 저녁 백악관에서 열릴 '3자 맥주회동'에서 마실 맥주 브랜드로 '버드 라이트'(사진)가 선택됐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헨리 루이스 게이츠 하버드대 교수 체포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흑 · 백 인종갈등 해소를 위한 맥주회동 자리에서 버드 라이트를 마시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버드 라이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맥주이며 미국 편의점 및 잡화점 판매 점유율 22%로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맥주로 꼽힌다.

이번 회동은 지난 16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제임스 크롤리 경사가 주거 침입 강도로 오인받은 게이츠 교수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인종 차별 논란과 관련,오바마 대통령이 24일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경찰을 비난했다가 사과하면서 성사됐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그저 시원한 맥주 한잔 나누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자리"라고 전했다.

정치 분석가들과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번 회동의 성격이 흑인 교수 체포 과정에서 재점화된 뿌리 깊은 흑백 인종 갈등의 앙금을 풀어 내기 위한 것인 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버드 라이트 선택은 논란의 소지가 없는 '안전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만약 대통령이 수입산 맥주나 너무 비싼 맥주를 골랐다면 맥주 선택의 문제만 부각돼 회동의 핵심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호사가들은 오바마가 인기 없는 맥주를 선택할 경우 이 맥주가 엄청난 매출 신장 등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면서 회동의 내용보다는 선택될 맥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