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간 첫 전략경제대화가 열린 워싱턴 백악관 근처의 로널드 레이건 빌딩.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 경제,기후변화,비핵화,21세기형 위협,소수민족 · 인권 등 중국과 논의할 의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하지만 결론에서는 "자주 다녀야 길이 된다"는 맹자의 말(山徑之蹊閒,介然用之而成路.爲閒不用,則茅塞之矣.A trail through the mountains,if used,becomes a path in a short time,but,if unused,becomes blocked by grass in an equally short time)로 이번 대화의 의미를 압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새로 부임한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농구팬으로서 야오밍에게 배운 말이 있는데…"라며 "당신이 새로 온 멤버든 오래된 멤버든 간에 서로에게 맞춰갈 시간이 필요하다"는 휴스턴 로키츠팀 중국인 농구스타 야오밍의 말을 인용했다.

오바마는 "우리가 과거에 가졌던 회담과 이번 대화를 통해 야오밍이 말한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역시 "마음이 맞으면 태산도 움직인다(人心齊,泰山移 · When people are of one mind and heart,they can move Mt.Tai)"는 고사성어로 왕치산 부총리와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 150여명의 중국 대표단을 맞았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경제위기 속 미 · 중의 현실을 "비바람 속에 한 배를 탔다(風雨同舟)"는 성어로 표현했다.

미국은 "미국이나 중국이 혼자 풀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고,미국과 중국의 협조 없이 풀 수 있는 문제도 거의 없다"고 강조해왔다. 가히 이 정도면 협력 파트너로 중국을 구애하는 데 중국의 정신과 정서가 한껏 밴 고사성어 작전을 총동원한 셈이다.

왕치산 부총리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축하메시지를 대독했다. "중 · 미 전략과 경제대화 시스템을 만든 것은 각 분야 상호협력을 강화할 것이며,새로운 시기에 양국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이 되도록 하고 전면적으로 발전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 "양국은 세계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들로서 인류와 평화 발전에 관한 일에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광범위한 공동 이익과 협력 공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국의 입장은 호소에 가까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중국이 미국 제품의 거대 소비시장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중국이 가계 소비 확대를 포함한 내수 위주의 성공적인 경제성장 구조로 전환해야 세계경제가 더 빠르게,균형 있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왕치산 부총리는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중국의 개방과 경기 회복은 미국은 물론 세계에 더 많은 발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측이 달러 자산의 안정성과 관련,미국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 문제를 거론하자 가이트너 장관은 "미국의 저축률을 높이고 재정적자를 2013년까지 건전한 상태로 축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안보 부문에서는 클린턴 국무장관이 "6자회담을 만들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긴밀히 협력한 데 대해 중국 정부와 지도부에 감사한다"고 치켜세웠다.

양국은 하지만 세계경제 회복의 기초는 아직 확고하지 않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경기부양을 위한 현행 재정 · 금융정책을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환수하기 위한 출구전략에 대해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가까운 시일 내에 그런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과 가이트너 장관은 뜨거운 감자인 위안화 환율 문제를 공식적으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무진 사이에서는 위안화 환율 문제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부 소속인 데이비드 뢰빙거 미국 측 전략경제대화 조정관은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환율 정책을 얘기했지만 그쯤 해두자"고 말했다. 이번 주요 2개국(G2) 대화는 28일 오후 4시45분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각각 기자회견을 끝으로 폐막한다.

워싱턴=김홍열/베이징=조주현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