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회복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인 주택시장이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택가격 급락에 힘입어 실수요자 중심으로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주택 판매가 늘고 가격도 소폭 반등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 미국 20대 대도시 주택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6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 지수가 지난달에 비해 0.5% 올랐다고 보도했다. 케이스실러 지수가 오른 건 2006년 6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당초 전문가 예상치 -0.5%를 뛰어넘는 것이다. 제임스 오설리번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가격 하락과 소비여력 증가가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주택 판매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7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6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달에 비해 11% 급증한 38만4000채(연율 환산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일 뿐 아니라 월간 증가폭으로는 8년 만에 최고치다. 시장 예상치(35만2000채)를 훨씬 웃돌았다. 피터 모리치 메릴랜드대 경제학 교수는 "압류 증가로 기존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주택 판매가 증가했다는 것은 주택 경기가 어느 정도 바닥을 쳤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최근 발표한 6월 기존주택 거래 실적도 489만채(연율 환산 기준)로 전달보다 3.6% 증가했다. 시장 전망(484만채)을 웃돌면서 2004년 초 이후 처음 3개월 연속 늘어났다.

주택 건설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6월 주택 신축은 58만2000채로 전월보다 3.4% 증가했다. 아파트와 연립주택을 제외한 단독주택은 14.4% 늘었다.

하지만 아직은 미 주택시장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6월 신규 주택 판매 중간가격은 전달에 비해 3% 하락한 20만6200달러였다. 신규 주택을 파는 데 평균 11.8개월 걸릴 정도로 집 판매가 쉽지 않았다. 압류 증가 등의 이유로 기존 주택 가격도 약세다. 실업률 증가로 28일 발표된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보다 2.7포인트 떨어진 46.6은 기록해 전문가 예상치 49.0을 하회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