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후보, 부정선거 주장..후유증 예고
OSCE, "국제기준에 미달..실망스럽다" 비판


23일 치러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선거에서 쿠르만벡 바키예프(59) 현 대통령의 재선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으나 야권이 부정선거 시비를 제기하면서 선거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키르기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4일 오후 2시(현지시간) 현재 개표율 60%를 넘어선 가운데 바키예프 대통령은 86.3%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

유력 야당 후보인 사회민주당(SDP)의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전 총리를 비롯해 나머지 5명의 후보는 한자릿수 득표율에 그치고 있어 사실상 재선이 확정적이다.

이로써 2005년 `레몬 혁명(또는 튤립 혁명)'으로 전임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권을 잡은 그는 5년 더 권좌에 남게 됐다.

그러나 야권이 이번 선거에 부정이 저질러졌다며 투표 무효와 함께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어 2005년 레몬 혁명이나 2007년 총선 직후의 정치 혼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신의 후보 사퇴 보도를 부인한 아탐바예프는 현지 언론에 "전국적으로 부정투표가 만연하고 바키예프 대통령 측이 야권의 선거 감시요원들을 협박했으며 공식 투표자 수의 80% 정도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에 진 것은 바키예프로, 그는 합법적 지지를 얻지 못했다.

차기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선거부정 증거들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투표가 끝나고 아탐바예프 전 총리의 지지자 2천 명이 선거본부 앞으로 모여 콘서트를 열었고 일부는 선관위로 행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야권 지도부의 해산지시로 별 소란 없이 끝났다.

야당은 조만간 선거 부정 규탄 집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에 200명의 감시요원을 파견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이번 선거가 국제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으며 실망스럽다는 내용의 공식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OSCE는 성명을 통해 "애석하게도 이번 선거는 우리가 희망하던 진전을 이루지 못했으며, OSCE에 참여하는 국가로서 약속한 주요 국제기준에도 못미쳤다"며 "선거일에 나타난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 측은 심각한 선거 부정 사례를 보고되지 않았으며 이번 선거는 유효하다고 선언했다.

키르기스 정부는 이번 선거와 관련, 일찌감치 수도 비슈케크에 경찰 5천 명을 배치하는 한편 바키예프 대통령도 불법 시위에 강력히 대처할 것임을 천명했다.

바키예프 대통령은 정부지출 확대와 봉급 및 연금인상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애써 왔으나 세계경제침체로 직격탄을 맞았으며, 자국 내 미군 공군기지 임대로 재원을 보충하는 실정이다.

두뇌집단인 `유라시아그룹'은 보고서에서 "바키예프의 승리는 정책 지속성을 의미하지만, 정치 제도가 취약하고 부패가 만연된 상황에서 정치 위기감은 점점 고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역대 처음으로 주중에 치러진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79%로 집계됐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