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인 모건 앤드루 소령은 네바다주(州) 사막에 위치한 공군 기지로 출퇴근하면서 지구 건너편인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참여한다.

앤드루 소령은 이곳에서 무인항공기(UAV)를 원격 조종해 정찰 임무를 수행하거나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적 시설을 파괴하고 무장요원을 사살한다.

그는 실제로 전투기에 탑승한 것처럼 현지 미군과 무선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전장의 실시간 이미지를 보면서 전투에 몰입한다.

앤드루 소령의 사례에서 보듯 UAV와 같은 로봇이 전쟁 양상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CNN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미국의 UAV는 정찰과 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프레데터'와 '리퍼', '섀도우', 초소형의 '레이븐' 등 7천대에 이르며 전세가 미국으로 기울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UAV는 이미 필수불가결한 전력으로 자리 잡아 UAV가 전투에 나서지 못할 경우 작전 자체가 취소되기도 한다.

프레데터는 2006년 알-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 사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알-카에다 지도자 20여명이 UAV로 인해 숨졌다.

이에 따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UAV 수를 늘릴 계획이며 차세대 전투기로 사람이 탑승하는 것은 F-35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데이비드 뎁툴라(Deptula) 공군 중장은 다음 단계의 UAV는 1대당 60개에 달하는 실시간 동영상을 동시에 제공하게 되며 파리 크기 만큼 작거나 걸어다니는 로봇도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뎁툴라 중장은 프레데터가 발사한 헬파이어 미사일 600여기 가운데 95%가 목표물을 명중했다며 UAV의 정확한 타격 능력을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도 UAV 공격으로 민간인이 숨진 사실을 인정하는 등 컴퓨터로 작동하는 무기들도 결함을 노출하고 있다.

로봇 전쟁 전문가인 피터 싱어는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뤄진 훈련에서 대공 화기가 '소프트웨어 오작동'을 일으켜 잘못된 발사로 9명의 군인을 숨지게 한 사실을 한 예로 들었다.

UAV를 개발하는 국가가 40여개국에 달한다는 점도 미국에게는 위협 요인이다.

수개월 전에는 이란의 UAV가 격추됐으며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 UAV를 사용했다.

싱어는 1차 세계대전에서 탱크를 발명한 것은 영국이지만 2차 세계대전 초반 탱크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한 것은 독일이었다며 미국의 우위도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