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미국 상원이 연방 대법관 인준 청문회를 단 2분46초만에 끝내며 성숙한 의회 민주주의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22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당초 소니야 소토마요르 판사의 연방 대법관 후보 인준표결을 위해 모인 미 상원 법사위원회가 소수당인 공화당의 요구에 표결 일정을 1주일 연기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청문회를 마무리 지었다.WP는 청문회가 이렇게 빨리 끝난 것은 미 의회 역사에서 새로운 기록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날 표결이 이뤄졌으면 의회 효율성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여당 소속 법사위원장이 야당의 의견을 정중히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 주목을 끌었다.법사위원장인 민주당의 패트릭 레이히 의원은 “패트릭 세션스 의원(공화당)이 공화당은 인준표결의 연기를 희망한다고 조언했다”라고 발언했다.이는 표대결에 들어가면 질 것이 뻔한 소수당이 의안처리를 지연시키려하자 다수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가 ~라고 조언했다”는 점잖은 말로 소수당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소수당인 공화당이 합법적인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 전술을 구사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다수당인 민주당도 “표결 1주일 연기는 소수당이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며 너그럽게 넘어간 것이다.

다만 이후 레이히 위원장과 세션스 의원은 점잖게 뼈있는 비판을 주고받았다.레이히 위원장이 “일단 법사위에서 처리되면 상원 본회의에서는 지체없이 표결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다음번에는 공화당이 양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에 세션스 의원은 “인준이 이뤄진다면 존 로버츠 대법원장에 대한 인준절차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는 것”이라고 되받아쳤다.세션스 의원의 발언은 2005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보수성향인 로버츠 후보를 대법원장에 임명했을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하며 인준절차를 지연시켰던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이어 레이히 위원장은 “당시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에 인준표결이 1주일 연기됐을 따름”이라고 응수했다.이 과정에서 날카로운 설전은 있었을지언정 몸싸움이나 고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