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첫 달 착륙의 쾌거를 올렸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요즘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부시 행정부 시절 야심차게 시작한 달 탐사 계획 '콘스텔레이션(별자리란 뜻)' 프로그램이 예산 문제 때문에 취소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NASA는 기존 로켓을 개조한 화물선으로라도 달에 가겠다고 오바마 행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공중분해되는 사건을 겪은 뒤 다음해 콘스텔레이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노후화된 우주왕복선을 2010년까지 모두 퇴역시키는 대신 신형 로켓과 유인우주선을 2015년까지 개발하고,이를 이용해 2020년 유인 달 탐사,2025년 달 유인 기지 건설을 완료한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40년 만에 재개된 달 탐사 계획은 금융위기와 막대한 소요 예산 때문에 물거품될 위기에 처했다. 탐사 비용은 총 1500억달러(약 190조원)로 추산된다. 유인우주선 '오리온', 달착륙선 '알타이르', 신형 로켓 '아레스 1''아레스 Ⅴ'를 개발하는 데에만 350억달러(44조원)가 필요하다. 하지만 NASA의 한 해 예산은 2010회계연도 기준 186억800만달러에 불과하다. 게다가 오바마 행정부는 2014년까지 NASA 예산을 현 수준으로 동결할 계획이다. 비록 NASA 예산 규모가 유럽우주기구(ESA)의 4배를 웃돌며 여전히 세계 선두를 차지하고 있지만,1960년부터 13년간 미 정부가 NASA에 현재 가치로 연간 436억달러(약 55조원)를 쏟아부었을 때와 비교하면 너무나 위상이 초라해진 셈이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달 초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 전 최고경영자(CEO) 노먼 오거스틴이 이끄는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콘스텔레이션 프로그램의 타당성을 검토토록 했다. 시한은 내달 말까지다. 전문가들은 지난 6년간 69억달러가 투입된 콘스텔레이션 프로그램의 타당성 재검토는 프로그램 중단이나 대폭 축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NASA는 훨씬 더 저렴한 신형 로켓 HLV(Heavy Lift Vehicle) 개발 계획을 제시했다. 우주왕복선이 발사될 때 달고 있는 거대한 주황색 연료탱크를 개조,그 밑에 로켓 모터를 장착하고 우주왕복선 대신 값싼 일회용 화물우주선을 얹는다는 계획이다. NASA는 기존 장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개발비는 66억달러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예산에 허덕이는 미국보다는 중국이 먼저 유인 달 탐사선을 발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