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움츠러들었던 철강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철강제품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섰고 멈췄던 생산설비가 하나둘 살아나기 시작했다. 국내외 철강업체의 올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에 비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일본 최대 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은 15일 "지난 2월부터 가동 중단했던 고로 2기중 1기를 다음달부터 재가동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자동차업체 등 주요 고객의 재고 조정이 일단락되면서 아시아지역의 철강 수요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며 " 고로 재가동 등으로 3분기 철강 생산량은 전분기에 비해 40%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초 30%대로 떨어졌던 미국 철강업체들의 가동률은 50%선에 바짝 다가섰다.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지난달 4500만t에 달했다. 최근 11개월 사이 가장 많은 물량이다.

국내 업체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는 올초부터 이어져온 '인위적인 감산'을 하반기부터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하반기 조강 생산량은 1650만t으로 상반기(1330만t)에 비해 300만t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하이스코 동부제철 등 냉연업체들도 올초 50%까지 떨어뜨렸던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체들의 하반기 조강생산량이 상반기보다 200만t 이상 늘어난 2557만t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격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죽기살기 식' 가격 경쟁을 벌이던 올초와는 180도 상황이 바뀌었다. '치킨 게임'을 주도했던 중국 철강업체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제품 값을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산강철은 다음달부터 열연 등 철강제품 가격을 최고 14% 올리기로 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