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미국 연예산업의 본산으로 꼽혔던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가 휘청이고 있다.

LA타임스는 영화 및 TV프로그램들이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LA지역에서 벗어나 다른 주에서 제작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미국내 다른 주들이 세금감면, 제작비 보조 등 혜택을 내세우면서 제작사들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전체 영화시장에서 캘리포니아주의 비중은 2003년 66%에서 지난해 31%로 급감했다.할리우드 지역의 지난해 영화 촬영 건수는 전성기였던 지난 1996년의 절반에 불과하다.TV프로그램 제작도 크게 줄어 제작 관련 계약 브로커업체 ‘필름LA’에 따르면 올해 방영된 103개 파일럿(견본) 프로그램 중 44개가 캘리포니아가 아닌 일리노이, 조지아 등 다른 주와 캐나다에서 제작됐다.

이같은 ‘엑소더스’의 원인은 다른 지역들이 영화 및 TV제작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제작사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서다.현재 미국내 30개 주가 자기 지역에서 영화 및 TV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 세금감면이나 제작비 보조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NBC방송의 간판 퀴즈프로그램인 ‘딜 오어 노 딜(Deal or No Deal)’은 촬영지를 할리우드에서 코네티컷주 워터포드로 옮길 계획이다.제작비의 30%만큼 세금 환급으로 보조해 주겠다는 코네티컷주의 제안 때문이다.HBO의 드라마인 헝은 3개월 간은 LA에서, 나머지 2개월은 미시간 주에서 촬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연예산업은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고 LA타임스는 전했다.영화제작 장비 아웃소싱 업체 사장인 랜스 소렌슨은 “25년간 이 분야에 종사해왔지만, 지금처럼 지속적인 불경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캘리포니아주 고용개발국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영화와 TV제작 분야 일자리가 지난 5월 지난해에 비해 1만3800개나 감소했다고 밝혔다.“LA는 지난 1990년대 초 항공우주산업의 본산이라는 명성을 잃었듯이 지금 또 하나의 명성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다”고 잭 카이저 LA 경제개발국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