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13일 향후 일정한 시점에 유엔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토록 하자는 유럽연합(EU)의 시한설정안을 거부했다.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정은 오직 양측의 직접 협상을 통해서만 합의될 수 있는 것이지 외부에서 강제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리베르만 장관의 이런 발언은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가 지난 11일 영국 런던에서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시한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이스라엘 측 반응이다.

솔라나 대표는 "(평화협상) 중재자들은 시간표를 만들어야 한다"며 "만약 협상 당사자들이 이를 지키지 못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립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나빌 아부 루데이나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안을 골자로 한 '두 국가 해법'에 반대한다면 유엔을 통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외무부는 "인위적으로 시한을 설정하는 것은 양자 합의 달성의 전망을 해치는 것"이라며 솔라나 대표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2007년 11월 미국 아나폴리스 중동평화회의에서 채택된 평화로드맵인 '두 국가 해법'에 따라 평화협상을 벌여왔으나 이스라엘이 지난해 12월 가자지구를 기습 공격한 이후 양자 협상은 중단됐다.

팔레스타인은 장래의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요르단강 서안지역에서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촌 활동을 완전히 동결하지 않는 한 협상테이블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