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 "아프리카의 미래는 아프리카인들에게 달렸다"며 아프리카 국가들에 변혁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가나 의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과거 식민주의의 잔재가 아프리카 대륙의 유혈 분쟁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아프리카 국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갈 것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굿 거버넌스'(건전한 국가 통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발전은 굿 거버넌스에 좌우된다"면서 "이것은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깨울 수 있는 변화이자 오직 아프리카인들에 의해 성취될 수 있는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부패한 나라에 투자하려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

법치가 아닌 야만과 뇌물에 의한 통치가 이뤄지는 사회에서 살고자 하는 이는 한 명도 없다"며 "이는 민주주의가 아닌 전제정치로, 이제는 이를 종식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을 겨냥, "아프리카는 '강한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강한 제도를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지 방송들과 CNN, BBC 등을 통해 아프리카 전역에 그의 연설이 생중계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오바마는 이날 연설에서 다르푸르 사태, 소말리아 내전 등을 언급하며 아프리카 곳곳에서 벌어지는 유혈 분쟁을 종식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또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개발도상 국가의 보건체계 개선을 위해 630억달러를 지원키로 약속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에이즈와 말라리아, 결핵, 소아마비 등 질병 퇴치를 위한 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임을 확인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존 아타 밀스 가나 대통령과의 회담 자리에서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아프리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아프리카는 세계 경제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 아프리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가나의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높이 평가하면서 가나를 아프리카 대륙의 성공 모델로 꼽았다.

이에 대해 아타 밀스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은 가나의 민주적 성과가 유지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신호와 격려를 보낸 것이라고 화답했다.

가나는 지난해 12월 열린 대선에서 야당 후보로 출마한 아타 밀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선거폭력과 쿠데타가 난무하는 아프리카에서 두 번 연속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내는 드문 전례를 남겼다.

오바마도 이런 상징성을 고려, 자신이 뿌리를 둔 케냐 대신 가나를 아프리카 첫 방문국으로 선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폐막된 뒤 이탈리아를 떠나 밤늦게 부인 미셸 여사, 두 딸과 함께 가나 수도 아크라에 도착, 가나 국민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날 오전 오바마 대통령이 아타 밀스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영빈관으로 향하는 연도에는 수많은 시민이 몰려나와 성조기 등을 흔들었으며 거리 곳곳에는 환영 현수막이 내걸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 이어 과거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케이프코스트 캐슬을 방문한 뒤 이날 저녁 귀국길에 올랐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권정상 특파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