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요?"

예멘 여객기 추락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인 14살 프랑스 소녀는 1일 병원에서 의식을 찾자마자 삼촌에게 이렇게 물었다.

여객기에 함께 탑승했던 엄마의 생사를 묻는 질문에 삼촌은 "옆 병실에 잘 계신다"고 거짓말로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탑승객 153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바히아 바카리 양은 그제야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예멘 국영 예메니아항공 소속 에어버스 A310 여객기가 아프리카 섬나라 코모로 해역에 추락한 것은 지난달 30일 오전 2시께.
바히아는 칠흑같은 어둠과 집채만한 파도 속에서도 무려 13시간여 동안 기체 잔해를 붙들고 사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모로 병원에서 그녀를 만난 알랭 주아야데 프랑스 협력담당 국무장관은 AP통신을 통해 "바히아는 무려 13시간여동안 비행기 잔해를 붙잡고 버텼다"며 "이것은 정말 기적"이라고 말했다.

구조대가 30일 오후 3시께 그녀를 발견했을 때 그녀는 구명정 조차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탈진상태였다고 구조대원은 전했다.

한 구조대원은 프랑스 유럽1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구명정을 던졌는데 잡지를 못해 바다로 뛰어들어 구조했다"며 "소녀가 계속 몸을 떨어 담요 4장을 덮어주고 뜨거운 설탕물을 먹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누구보다 놀란 이는 그녀의 아버지 카심 바카리였다.

카심은 "딸은 수영도 잘 못하는 아이였다"며 "겁도 무척 많은 아이인데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니 정말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랑스 마르세유에 살고 있는 바히아는 엄마와 함께 코모로에 있는 삼촌댁을 가다가 변을 당했다.

바히아는 몸에 멍이 들고 쇄골에 약간 금이 갔지만 코모로의 엘 마르프병원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히아를 진료한 의사는 "의식이 있고 말도 한다"면서 "컨디션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피곤해 할까봐 되도록 질문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히아는 곧 프랑스 파리의 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요하네스버그.두바이연합뉴스) 권정상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