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7월1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예방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탈리아 라킬라에서 7월8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G8(서방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의를 마친 후, 바티칸으로 베네딕토 16세를 예방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작년 11월12일 베네딕토 16세에게 전화를 걸어 교황이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내준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지만 직접 예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두 사람의 회동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베네딕토 16세가 동성결혼, 낙태, 피임 등에 대해 강경한 보수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 문제에 관해 진보적인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1월 취임직후 낙태 옹호단체들에 대한 정부 지원금지 정책을 폐기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교황청이 "오만하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3월 인간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미 연방기금 펀딩 제한을 철폐한 것을 두고도 거세게 반발해 왔다.

이에 따라 바티칸과 백악관간에 긴장관계가 조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고, 4월에는 교황청이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을 고려중이던 교황청 주재 미국대사 후보 3명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거부의 뜻을 전하며 불만을 표시했다는 보도까지 나온바 있다.

하지만 교황청이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언론보도와는 달리 상당히 협조적인 자세를 보여왔다면서 두 사람의 회동을 낙관하는 관측도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25일 두 사람간 회동이 교황의 경제관련 회칙 발표 직후에 열리게 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경제문제에 관한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2년간 준비해온 경제에 관한 회칙을 7월초 발표할 예정이며, 이 회칙은 경제와 노동문제와 관련한 폭넓은 견해 특히 금융위기의 교훈에 관한 견해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이달초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동안 지배적이었던 경제.금융 패러다임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고, 1985년 추기경 시절 `시장경제와 윤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는 "윤리의 쇠퇴는 실제로 시장법칙들의 붕괴를 초래한다"고 경고한바 있는데 이는 오바마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
오바마 대통령은 5월 애리조나주립대(ASU) 학위수여식 축사에서 "우리가 최근의 역사적인 경기침체를 맞게된 원인에는 워싱턴과 월스트리트의 탐욕과 무책임이 결합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4월14일 조지타운대 연설에서는 모래 위에 지은 집은 바람에 금세 날아가고 바위 위에 지은 집은 굳건히 남아있는 성경의 산상수훈 일화를 거론하며 경제시스템의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잡지는 오바마와 교황의 경제관에 유사성이 많은 점을 근거로 현재까지 언론은 낙태문제를 둘러싼 갈등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7월10일 회동후에는 경제문제에 대한 공감대 확인이 초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