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발표문에는 시장 흐름에 변화를 몰고 올 정도의 파격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서프라이즈’는 없다는 평가인데요.하지만 시장 기대와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경기가 살아나다 재차 곤두박질치는 ‘W자형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장기 금리 안정의지를 확인하는 강한 톤의 발언을 할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FRB는 경기 회복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앞서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와 금리 상승이 시장에서 자연스런 조정과정을 거칠 것으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발표문이 공개되자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회의 결과 발표 직후 0.06%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주가에는 양면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FRB는 이날 미국 경기 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내놨습니다.“경기 위축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에서 ‘다소’라는 단어가 빠졌습니다.

최근 몇 달 간 금융시장 환경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인플레이션도 상당 기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위험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고요.하지만 시중에 풀린 유동성과 경기 회복을 함께 생각한다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이는 시장 실세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자칫 회복 기미를 보이던 미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습니다.

경기 회복 지표로 확인해야 주식 매수세 살아날 듯

FRB의 경기 평가에서 나타나듯,미국 경제가 바닥을 통과하고 있거나 조만간 바닥을 형성할 것이란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습니다.경기를 비관적으로 봐 온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9월 께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고요.미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도 미국 경제가 오는 3분기부터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문제는 바닥을 친 경기가 회복되는 속도인데요.경제 지표가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 회복 기대감을 반영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됐고 6월 초에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4%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고용,소비,주택 시장 등에 비춰볼 때 미국 경제에 불안 요소가 많은데,인플레이션과 같은 경기회복에 따른 후유증이 부각되면서 금리가 오르면 오히려 경제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커질 수 있습니다.

FRB가 미국경제가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어려운 상황임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지속되고 있는 실업과 가계의 자산 감소,그리고 빡빡한 신용 등으로 여전히 제약을 받고 있다는 분석인데요.따라서 미 주택 시장의 회복여부와 소비가 살아나는 속도 등에 따라 경기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3월 이후 주가가 경기 회복 기대감에서 움직였다면 앞으로는 경기회복이 지표로 뚜렷하게 확인돼야 주식 매수세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