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정부의 초강경 대응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란 당국은 20일 하루에만 10여명의 사망자를 내는 강경진압을 편데 이어 22일에도 하프테 티르 광장에서 `신은 위대하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수백여명의 시위대를 최루탄을 쏴 1시간여만에 강제해산시켰다.

이란 경찰은 시위대 위에 헬기를 띄워 위력을 과시했고 광장 주변에 대규모 경찰병력을 배치, 시위에 참여하려던 시민들의 광장 진입을 원천 봉쇄했다.

이로 인해 시위 참가자 규모는 지난 15일 수십만명에서 지난 20일 3천여명, 이날 수백명 등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대선 결과에 반발하고 있는 개혁파 지지자들은 앞서웹사이트를 통해 검은색 초에 녹색 리본을 두르고 이날 오후 5시(현지시간)부터 시위를 벌이자고 제안했다.

검은색 초는 시위 중 숨진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뜻을 나타내며 녹색 리본은 대선에서 패배한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를 상징하는 색이라고 개혁파 지지자들은 전했다.

이란 치안당국은 지난 19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가 더 이상의 시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더욱 강경하게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이란 최정예 군조직인 혁명수비대도 22일 대선과 관련, 시위대가 거리로 나설 경우 이를 분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파괴와 반란적 행위는 종식돼야 한다"며 "추가적인 시위가 발생할 경우 국가에 대한 음모 책동으로 간주, 혁명의 수단으로 맞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치안당국의 강경 대응으로 시위 도중 숨지는 사망자도 늘고 있다.

국영 프레스TV는 지난 13일 첫 시위 이후 사망자가 최소 19명인 것으로 보도했지만 CNN은 사망자가 150명에 달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도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헌법수호위원회는 부분 재검표 결과 대선 결과를 번복할 만한 부정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50개 지역에서 유효 투표 수가 전체 유권자 수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들 선거구의 총 투표 수가 300만표 이하라며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압사바살리 카드코다이 대변인은 국영방송 IRIB를 통해 "이란 선거의 경우 유권자가 선거구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 외교부는 22일 영국, 체코,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자국 주재 5개국 대사를 불러 적대적 발언 등 내정 간섭을 중단하고 대선 결과를 존중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영국 정부는 이란 주재 대사관 직원의 가족을 철수시키기 시작했으며 자국민의 이란 여행을 사실상 전면 금지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이날 이란 여행을 자제해달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