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 공세 직면 탈레반 내부 노선 갈등 시사

파키스탄탈레반운동(TTP) 수장 바이툴라 메수드에 반기를 들었던 친정부 성향의 탈레반 지도자가 피살됐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23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경찰에 따르면 메수드를 비판해온 탈레반 지도자인 카리 자이누딘은 이날 새벽 북서변경주(州) 데라 이스마일 칸에 위치한 자신의 거처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현지 병원의 의사인 마무드 칸 비타니는 "자이누딘의 사체가 병원에 도착했다.

머리와 가슴에 총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자이누딘의 측근인 바즈 모하마드는 "아침 기도후 괴한이 방으로 들어와 총기를 난사했다.

우리 진영에 침투한 괴한은 분명 바이툴라 메수드의 수하다"라고 덧붙였다.

자이누딘과 바이툴라는 모두 메수드 부족 출신으로 지난 2007년 7월에 사망한 압둘라 메수드 밑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그러나 압둘라가 폭격으로 사망한 뒤 TTP내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뒤 독립했으며 바이툴라를 맹비난해왔다.

특히 자이누딘은 지난 주 현지 일간 '더 뉴스'와 인터뷰에서 "바이툴라의 행위는 이슬람에 반하는 것이다.

그를 제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툴라 메수드와 경쟁관계에 있던 자이누딘이 사망하면서 내부분열을 이용해 탈레반 조직을 와해시키려던 파키스탄 정부의 전략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메수드는 전 파키스탄 총리 베나지르 부토 암살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미군은 현재 메수드의 목에 5백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어둔 상태다.

탈레반이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불과 100㎞ 떨어진 스와트 계곡까지 세력을 확장시키자 정부는 메수드와 손을 잡은 탈레반 전사들을 계속 공격해 왔다.

또한 파키스탄군은 파키스탄-아프간 국경지대인 와지리스탄을 장악하고 있는 메수드의 근거지를 연일 공습하는 한편 파슈툰 부족이 거주하는 산악지대의 주요 도로마다 병력을 배치했다.

메수드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자살폭탄을 시도한다며 자이누딘이 비판하고 나선 것을 두고서도 정부 당국이 부추기고 있다는 관측이 돌던 차에 자이누딘이 살해된 것이다.

한 안보전문가는 "정부는 메수드의 라이벌을 앞세워 그를 제거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파키스탄의 알 카에다 우두머리인 그를 잡기 위해서는 대단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어쨌든 자이누딘의 피살은 정부군의 공세에 직면한 탈레반 내부에서 노선 갈등이 빚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사건이라고 현지 언론은 풀이하고 있다.

전직 보안군 관리인 마무드 샤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정부군에 협조적이던 자이누딘이 피살됨에 따라 바이툴라 메수드를 제거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