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피랍됐을 때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와 기대 했었는데..지금 현실을 믿을 수 없습니다."

예멘에서 피살된 故 엄영선(34.여)씨 장례식이 유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1일 경기도 수원시 연화장에서 치러졌다.

장례가 치러진 연화장 해당화실은 시종 무거운 분위기 속에 엄씨 아버지(63)와 여동생(31)은 영정 앞에 서서 조문객을 맞으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이날 정오 '故 엄영선 성도 천국환송예배'에는 엄씨 유족과 엄씨가 다니던 수원형제침례교회 교인 등 200여명이 참석해 엄씨를 추모했다.

같은 교회를 다니던 이혜령(여)씨는 조사를 통해 "언니는 늘 자신보다 더 힘들고 지쳐있는 사람을 섬기던 '어머니' 같은 따뜻한 사람이었다"며 "언니가 피랍됐을 때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와 기대 했었는데 지금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침례신학대학교 양병모 교수는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다간 영선 자매의 족적을 학교에 남겨 꼭 후배들에게 알리겠다"라며 고인의 뜻을 기렸다.

엄씨가 소속돼 활동했던 월드와이드서비스(WS)도 이날 조문을 통해 "우리의 사랑스런 친구요 동료인 영선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그가 피랍되고 살해된 방식에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그가 더 이상 우리와 함께 할 수 없어 말할 수 없이 슬프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하나님께서 깊은 슬픔에 잠겨 있을 유족과 친구들에게 위로를 더하시길 빈다"라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장례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빈소에는 참석자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거나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장례 예배를 모두 마치고 오후 1시 40분께 안치실에 있던 엄씨 관을 운구해 나오자 그동안 차분히 장례를 치렀던 엄씨 아버지와 여동생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엄씨 시신은 오후 1시50분께 연화장 내 화장장인 승화원으로 옮겨져 화장이 시작됐다.

유족은 엄씨 시신을 화장한 뒤 엄씨 어머니의 유골이 봉안돼 있는 연화장 내 납골당 '추모의 집'에 안치됐다.

(수원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