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승 한국외대 교수 "이란 새로운 단계 진입 계기"

이란에서 대통령 선거 결과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1주일을 넘어선 가운데 이번 시위에서 표출된 이란 국민의 개혁 요구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21일 제기됐다.

국내 이란 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란은 현재 중동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서 '태풍의 눈'"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유 교수는 "이란은 과거에도 1906년 입헌혁명과 1951년 석유산업 국유화, 1979년 이슬람 혁명 등에서 보듯 중동 변화의 기폭제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 시위는 이란 국내 뿐 아니라 중동 전역에서 개혁 움직임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대선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된 이번 시위는 보수와 개혁, 도시와 농촌, 중산층과 서민 등 대립 구도가 복잡하지만 이란이라는 나라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불러일으킨 반미 감정이 2005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집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듯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도 아마디네자드에 대한 거부감과 개혁 요구가 확산되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그러나 "이란 시위대가 요구하는 개혁은 어디까지나 이슬람 테두리 내에서의 개혁이며 이들이 지지하는 미르 호세인 무사비도 신정체제를 거부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신정체제 붕괴 등 혁명적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한편 "이번 시위로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은 사람은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로, 20년 집권 기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위를 계기로 이란이 대미 관계 개선 등 외교정책을 바꿀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란과 미국의 관계를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라며 "오바마 행정부가 과거의 봉쇄 정책이 효과가 없다고 보고 변화를 추구하는 이상 이란에서 누가 집권하든 완급의 차이는 있더라도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