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비, 최고지도자에 대립각..정부 강경대응

이란 대선에 개혁파 후보로 출마했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난하고 나서 이번 시위사태가 보수와 개혁 세력 간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무사비와 그의 지지세력은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시위를 중단하지 않을 기세여서 부정선거 의혹에서 촉발돼 1주일 넘게 진행되고 있는 이란 사태는 이번 주에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될 전망이다.

무사비는 20일 자신의 신문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에서 "대선 결과의 무효화 요구는 당연한 권리"라며 지난 금요예배 때 선거부정 의혹을 일축한 하메네이를 비난했다.

또 "만약 국민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수 없다면 이란 국가의 앞에는 위험스러운 길이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자신은 권리를 수호하려는 이란인들과 항상 함께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메네이의 시위 중단 요구와 정부의 시위 불법화에도 불구하고 수천명의 시민이 반정부 시위를 이어간 이날 무사비는 테헤란 남부에서 지지자들에게 자신은 순교자가 될 준비가 됐고, 그 길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그는 또 자신이 보안당국에 체포되면 전국적 규모의 총파업을 벌여달라고 요구했다.

하메네이는 지난 19일 테헤란 대학 금요예배에서 "이번 선거는 공정하게 치러졌기 때문에 시위 사태는 용납할 수 없다"며 거리시위 중단을 요구하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당선을 옹호했다.

이란 정부는 하메네이의 설교 후 모든 시위를 불법화하고 시위 집결지에 모여드는 군중을 물대포와 최루탄, 곤봉으로 강제 해산하는 등 강경 대응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강제 진압에 맞서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돌을 던지고 민병대원의 오토바이에 불을 지르는 장면이 이란 국영TV를 통해 방영됐다.

목격자들은 경찰과 민병대원들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 시위 참가자 50∼60명이 병원에 옮겨졌다고 AP 통신에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지난 12일 치러진 대선의 투표함 중 10%를 무작위로 추출해 재검표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성직자와 이슬람 율법가 12명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는 오는 24일까지 부정선거 논란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을 내릴 예정이며, 그전에 재검표가 완료되면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사비는 위원회에 보낸 서신에서 대선 결과의 무효화를 거듭 촉구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