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17일 발표한 금융감독 개혁 방안에 대해 월가는 지나친 규제 강화로 금융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감독권한 확대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주)은 "'코끼리가 춤을 추면 잔디밭이 망가진다(When elephants dance,the grass gets trampled)'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며 "이미 풀밭이 망가진 상황에서 더 큰 코끼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상원 금융위원회 소속인 워너 의원은 "한곳에 감독권한을 집중하기보다는 재무부 FRB와 다른 금융감독기구 수장들이 참여하는 시스템관리위원회(Systemic Risk Council)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금융산업에 정부의 간섭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시장의 창의성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혀 의회 심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월가의 반응도 냉담하다. 로치데일증권의 리처드 보브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금융사에 대한 규제 강화로 금융사들은 차입 축소와 자본 확충 압력을 계속 받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잠재 수익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구조화증권(SIV) 등 장부외 자산 운용 규제가 강화되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크게 제한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그로스펀드의 케빈 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광범위한 금융 개혁 방안이 은행 주가에는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웰스파고 PNC파이낸셜 등 18개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낮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보브 애널리스트는 "의회에서 금융감독 개혁안 협상이 2~3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당초 안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내용으로 입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