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파리 에어쇼가 15일 파리 근교 ‘르부르제’ 공항에서 개막됐다.파리 에어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군 합동 에어쇼로 2년마다 열리며,올해는 42개국 1856개사가 참가해 21일까지 최첨단 항공기를 선보이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에어쇼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고 전했다.글로벌 경제위기에다 에어프랑스 소속 에어버스 A330 여객기 추락사고까지 겹쳐 대형 주문이 거의 없는 우울한 행사가 될 거란 얘기다.에어버스의 모기업인 유럽항공방위우주(EADS)사의 루이 갈루아 CEO는 이번 에어쇼가 ‘주문 쇼’가 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지난 2007년 에어쇼에서 에어버스와 보잉은 1주일 남짓한 기간에 무려 800건이 넘는 주문을 받았다.

올해 전세계 항공 여객 수송은 전년대비 14.5%, 화물 수송은 25.4% 줄었다.국제항공운수협회(IATA)는 전세계 항공사들이 총 90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2013년까지 항공업계 매출이 40% 이상 줄 거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덕분에 항공기 주문이 크게 줄었다.에어버스의 올해 주문량은 300~400대에 그쳐 2007년 1458대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설상가상으로 예산난을 겪는 각국 정부가 군용 항공기 발주를 줄줄이 취소해 방위산업 부문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에어쇼에 첫 선을 보인 항공기도 러시아 수호이사의 슈퍼젯 100 등 소수에 그칠 예정이다.보잉이 야심차게 준비중인 보잉787 ‘드림라이너’와 에어버스가 200억달러를 투입해 개발한 유럽 차세대 군용항공기인 A400M는 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이번 에어쇼에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대신 이번 에어쇼에선 항공기 안전이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FT는 최근 발생한 에어버스 A330 여객기 추락 사고가 첨단 항공기의 복잡성과 잠재적인 위험성을 일깨워줬다고 전했다.데이비드 러마운트 플라이트인터내셔널 편집장은 “에어버스의 A330여객기 추락사고는 악천후 항로이탈 정비결함 등 뚜렷한 문제가 없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충격적”이라면서 “이제 어떤 형태의 사고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보잉787기종은 계획보다 2년이나 늦어진 올 하반기에나 시험 비행에 나설 계획이다.첨단 기술을 적용한 복잡한 기기들을 여객기에 집어넣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게다가 보잉은 전 세계에 흩어진 공장에서 생산하는 많은 부품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문제가 향후 항공기 산업에 큰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설명했다.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기체 결함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어 항공업계에 큰 위험이 될 거라는 얘기다.이번 추락사고의 주요 원인이 된 속도계를 생산한 탈레스가 최근 정밀조사 결과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지만 항공사들은 여전히 부품이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