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I "아마도 했을 것"..최종결론 유보
방사능 물질 확보 실패 가능성 관측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15일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놨으나, 최종결론을 유보한 `어정쩡한' 내용을 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내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고 있는 DNI는 이날 북핵 실험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2009년 5월25일 풍계리 일대에서 아마도(probably) 지하 핵실험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폭발력은 거의 수 킬로톤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DNI의 발표는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 발표와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먼저 3년 전 DNI의 성명은 북한 핵실험이 실시된 10월 9일로부터 일주일이 경과한 10월16일에 나왔다.

꼭 일주일만에 `속전속결'식으로 판정이 내려진 셈이다.

거기에다 당시 성명은 "10월 11일 채집한 공기샘플에서 방사능 물질을 검출했고, 이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음을 확인(confirms)해 주고 있다"는 내용의 명쾌한 결론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DNI 성명은 북한의 1차 핵실험 때와 비교해 2주일이나 늦게 나온 것은 물론 결론도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DNI는 짤막한 3문장의 성명 맨 마지막 줄에 "이번 핵실험에 대한 분석은 계속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여만 했다.

3년 전과 마찬가지로 동해상에 WC-135 특수정찰기를 보내 두 차례나 대기 샘플을 채집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핵실험을 입증할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음을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실시한 대기분석 작업에서 방사능 물질을 검출하는 데 실패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핵 실험시 방출되는 크립톤, 제논과 같은 방사능 물질을 검출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북한이 3년 전 핵실험 후 방사능 물질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핵실험장의 지하갱도를 봉쇄하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그러나 DNI는 이번 2차 핵실험의 폭발력이 `수 킬로톤(a few kilotons)'라고 밝혀 일단 북한의 핵실험이 `사기극'일 가능성은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일각에서는 2차 핵실험의 폭발력이 1차 때와 비슷한 1킬로톤 안팎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는 고성능폭약을 한꺼번에 터뜨렸을 때 얻을 수 있는 폭발력과 같기 때문에 핵실험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 파악된 폭발력은 적어도 핵실험이 실시됐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증거로 볼 수 있고, 미 정보당국도 이런 점 때문에 "아마도 핵실험이 있었을 것"이라는 잠정적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여겨진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