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안에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라.'

지난해 일본 제조업체 사상 최대인 7873억엔(약 10조원)의 순손실을 낸 히타치제작소가 회생을 위한 100일 플랜을 추진 중이다. 지난 4월20일 히타치의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 가와무라 다카시 회장 겸 사장(69)이 주도하고 있는 이 플랜은 중전기와 정보기술(IT) 등 주력 분야 이외의 사업을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이 핵심이다. 히타치는 1000개가 넘는 계열사들이 중전기부터 가전제품까지 만드는 '종합 전기메이커'였다.

가와무라 회장은 히타치를 적자 구조로부터 탈피시키려면 비주력 부문에서 손을 떼고 잘할 수 있는 주력분야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취임하자마자 히타치가 55% 지분을 출자한 반도체회사 르네사스테크놀로지를 NEC일렉트로닉스와 합병시키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르네사스는 지난해 히타치에만 1000억엔의 손실을 안긴 만성 적자 계열사였다. 히타치는 르네사스를 NEC와 합병시킨 뒤 반도체 부문에서 점차 손을 뗀다는 방침이다.

가와무라 회장은 동시에 히타치가 전액 출자한 통신회사인 히타치커뮤니케이션테크놀로지를 7월 중 본사에 흡수 합병시키기로 했다.

전화교환기 등 하드웨어 부문을 흡수해 본사의 통신 관련 소프트웨어 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가와무라 회장은 이 같은 구조개편을 취임 100일째인 7월 말까지 완료해 히타치를 중전기 전문회사로 탈바꿈시킨다는 목표다.

물론 이 같은 구조개편엔 저항도 만만치 않다. 히타치의 한 임원은 "본사에서 분사한 계열사들이 각자 독립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그룹 전체의 덩치를 키워왔던 게 히타치의 역사"라며 "그런 계열사들을 정리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털어놨다. 실제 히타치의 계열사 정리 필요성은 20년 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역대 경영자들이 해결하지 못한 숙제였다.

히타치 부사장을 지내고 계열사 회장으로 나가 은퇴를 준비하던 가와무라 회장이 다시 본사 사령탑으로 복귀한 것도 이런 난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뽑혔기 때문이다. 그는 중전기 분야 출신으로 전형적인 '조정형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가와무라 회장은 쉽지 않은 과제일수록 단번에 해치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간을 끌다가는 계열사들의 저항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승부수를 던진 히타치 회생 100일 플랜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