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중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PC에 특정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소프트웨어의 설치를 의무화한 중국 정부의 방침에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에선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한 반발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중국의 커뮤니티사이트 텐야(Tanya.cn)에서 한 네티즌은 “내 돈을 주고 사는 PC에 나도 모르게 어떤 소프트웨어가 설치돼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며 심지어 이 소프트웨어가 어떤 웹 사이트를 차단할 지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정부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중국 최대 포털 시나(Sina.com)의 한 사용자는 “지금도 인터넷 상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이 어려운데 앞으로 더 어려워지게 됐다”고 걱정했다.

미국의 컴퓨터커뮤니케이션산업협회의 에드 블랙 회장은 “중국의 조치를 검토 중이며 매우 불행한 사태”라고 말했다.블랙 회장은 “인터넷에 대한 접근권과 자유를 제한하는 시도가 강화되고 있다”며 “문화적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경제와 무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블랙 회장은 중국인의 인터넷 접근권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공범으로 만들어 일정 수준의 검열에 동참시키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블랙 회장은 중국의 결정이 철회될 수 있도록 미국 무역대표부(USTR)과 국무부 등 관련 정부 기관들이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컴퓨터업체인 휴렛패커드와 델은 정확한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의 조치에 대한 추가 정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델은 성명을 통해 “나머지 업계와 관련 무역협회들과 함께 중국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정부는 다음달부터 중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PC에는 특정 웹사이트들을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해야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PC 제조업체는 ‘그림 댐-유스 에스코트’라는 이 소프트웨어를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미리 장착하거나 CD에 저장해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진후이 컴퓨터시스템엔지니어링은 이 소프트웨어가 포르노 같은 유해한 콘텐츠로부터 젊은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