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서 중도우파가 승리를 거둠에 따라 우파 간 연합과 개혁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집권당이 패배한 나라를 중심으로 조기 총선 요구 등 선거 후폭풍도 몰아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중도우파 및 극우파가 다수석을 차지하면서 우파 연정이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 263석을 획득,제1당으로 올라선 유럽 국민당그룹(EPP-FD) 대변인은 "이제 제2당인 사회당(PES)과 타협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유럽의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됐다"며 "연정 대상을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사회당은 161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우파 연정이 성사돼 총 736석의 과반수인 369석을 확보하면 사실상 우파가 견제 세력 없이 경제회복 기후변화 등 EU의 정책 현안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우파 지도자로 입지를 다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는 18~19일 열리는 EU 정상회담을 앞두고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회동을 갖는다. 이들은 금융규제 강화와 기후변화 관련 정책 비용 분담,주제 마누엘 바로수 현 EU 집행위원장 연임 등 문제를 놓고 의견을 조율할 계획이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회 선거가 우리들(우파정권)로 하여금 더 나아가도록 했다"며 "유럽은 반드시 경제위기에서 탈출하고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이번 선거에서 집권당이 패배한 영국 헝가리 그리스 등을 중심으로 총리 사퇴와 조기 총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위기와 하원 세비 스캔들로 시끄러운 영국에선 고든 브라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이 전후 최악인 15.3% 지지율로 야당인 보수당과 영국독립당(UKIP)에 밀려 3위로 추락하면서 총리 퇴진론과 조기 총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헝가리와 그리스에서도 조기 총선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패배한 집권당들은 이번 선거가 42.9%의 낮은 투표율로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치러진 만큼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조기총선에 반발하고 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