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언론들은 유럽의회 선거와 관련,"유권자들이 좌파를 처벌했다"(영국 BBC방송) "유럽 좌파 치욕의 밤"(영국 가디언)"보수주의자들이 사회주의자들에게 결정타를 날렸다"(AFP통신) 등의 표현을 사용해 우파 약진을 전했다. BBC방송 등은 좌파 정당들이 경제위기의 시대에 분명한 정책대안과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패배 요인으로 꼽았다.

유럽의회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 의회로 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 국가에서 유권자의 직접 · 보통선거로 선출되며, 의원수는 736명(임기 5년)이다. EU 관련 문제에 대한 공개토의와 EU 예산 심의,각종 집행기관 감독 등의 업무를 관장한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결과의 가장 큰 특징은 27개 회원국 전체에서 '좌파 몰락 · 우파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좌파 집권국가들엔 이날 선거결과는 한마디로 '악몽'이었다. 대표적인 곳이 최근 권력 누수 현상이 두드러진 영국.집권 좌파 노동당은 최종집계 결과 득표율이 야당인 보수당에 12%포인트나 뒤질 뿐 아니라 UK독립당(UKIP)에까지 덜미를 잡히며 3당으로 전락했다.

헝가리에서도 집권 사회당이 17%를 득표하는 것에 그친 데 비해 야당인 보수당은 56%를 득표하는 압승을 거뒀다. 스페인에서도 야당인 보수민족당(PP)이 42%의 득표율로 집권 사회당(38%)을 앞섰고 포르투갈에서도 보수야당(32%)이 좌파 집권여당(27%)을 앞섰다. 오스트리아 불가리아에서도 집권 사민당이 보수야당에 참패했다.

반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우파집권 국가들은 정책수행에 큰 힘을 얻게 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기민당(CDU) · 기사당(CSU) 연합이 38%를 득표해 제1당의 지위를 유지했다. 프랑스에선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끄는 대중운동연합(UMP)이 중간개표 결과 27%를 득표,16%에 그친 사회당을 제치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탈리아에서도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연대(PDL)가 33.7%를 득표해,27.9%에 그친 중도좌파 민주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는 경제위기 시대에 좌파가 '비판'만 남발했지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립 램버츠 유럽녹색당 공동총재는 "좌파가 패한 것은 사회민주주의가 더이상 눈길을 끄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좌파 몰락의 경향은 세계적으로 유럽의회 선거 이전부터 감지됐다. 중남미에서 좌파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실용주의 노선으로 돌아섰고 파나마 대선에선 우파가 당선됐다. 격전이 예상됐던 인도 총선에서도 경제 안정이 이슈가 되면서 유권자들은 개방경제와 자유화를 주창한 만모한 싱 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인도네시아에선 경제업적을 쌓아온 유도요노 현 대통령을 지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