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1% "정부의 반부패정책 비효과적"
전세계 빈곤층은 부패에 경제위기 '이중고'


국민의 뇌물공여 경험을 토대로 평가한 한국의 국가 청렴도는 매우 높은 편이지만 정부의 반부패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 반부패 비정부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작년 10월~올 2월 세계 69개국 7만3천1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2009 세계부패바로미터(GCB)'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응답자 700명 가운데 81%가 현 정부의 반부패 정책을 "효과적이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이는 2007년 실시된 같은 조사의 69%보다 12%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세계 평균치인 56%를 크게 넘은 것은 물론이고 이스라엘(86%), 리투아니아(84%)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분야별 부패 정도에 대한 국민 인식 역시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정당, 의회, 기업, 언론, 공무원, 사법 등 주요 6개 분야에 대한 부패 정도 조사에서 우리나라 정당은 5점 척도 중 4.3점, 의회는 4.2점을 각각 얻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불신을 받았다.

기업(3.8점)과 공무원(3.7점)의 부패 정도 역시 비교적 높았으며, 사법(3.6점)과 언론(3.6점)은 각각 세계 평균과 같은 점수를 받아 그나마 '덜 부패한' 집단으로 꼽혔다.

반면 뇌물공여 경험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나라 응답자의 2%만이 "있다"라고 답해 2005년 4%, 2006년 2%, 2007년 1%로 이어지는 개선 추세는 주춤했으나 세계 평균치(13%)보다는 크게 낮아 상대적인 '청렴 국가군'에 속했다.

청렴한 기업의 물건을 사려고 돈을 더 지출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 응답자들은 일본, 핀란드, 노르웨이, 네덜란드 국민과 함께 중하위권(30∼45%)에 머물러 기업의 청렴도와 자신의 소비 패턴을 연계시키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투명성기구는 "현 정부 들어 부패방지법 등 대표적인 반부패 정책과 제도가 약해졌지만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라면서 정부는 독립된 반부패기구를 설치하고 무력화한 투명사회협약을 복원하라고 제안했다.

한편, TI는 보고서에서 저소득층, 특히 극빈층이 소액이기는 하지만 뇌물을 요구하는 경찰, 사법부 관계자들의 등쌀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저소득층은 부패와 경제 위기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겟 라벨르 TI 이사회 의장은 브뤼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경제 침체기에 극빈층은 희소한 재원을 배분하는데 거의 불가능한 선택에 내몰리게 된다"라며 "부모가 뇌물을 줘야하는 처지라면 병들고 굶주리는 아이들은 병원에 갈 수도, 음식을 먹을 수도 없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브뤼셀연합뉴스) 송진원 기자.김영묵 특파원 san@yna.co.kr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