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례적으로 미국과 영국 중앙은행 및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독일 DDP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메르켈 총리가 2일 베를린에서 열린 ‘새로운 사회적 시장경제 컨퍼런스’에서 “영국과 미국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행하고 있는 유동성 공급 확대정책은 철회돼야 한다”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움직임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매우 회의적이며 영국중앙은행(BOE)이 행하는 경제 대처 방식은 유럽대륙과 영국의 차이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메르켈 총리는 이어 “ECB는 지난달 국제적 압력에 굴복해 커버드 본드(금융사가 주택담보대출 등을 담보로 발행한 증권)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고 ECB로도 화살을 돌렸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경제위기를 완화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독일 정치문화에서 보기 드문 것이다.특히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정책까지 비판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로 간주되고 있다.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독일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유동성 과잉 공급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각국 중앙정부들이 또다시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는데 비판적인 입장이다.

FT는 독일 총리의 이번 강경 발언에 대해 4일 열리는 ECB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했다.ECB는 이번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하되 지난달 발표한 양적완화 정책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