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美경제 완전 회복까지 5~6년 걸릴 것"
미국 경제 바닥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 경제가 이전의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5~6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 경제가 회복국면에 들어서도 과거 회복기처럼 소비와 투자의 뚜렷한 증가세를 기대하기 어려워 'L자형' 회복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일 FRB가 공개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FRB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1.3%로 하향 조정했다. FRB의 1월 전망치는 -1.3~-0.5%였다.

이는 고용사정 악화와 가계 부채조정 지속으로 당분간 민간소비가 살아나기 어려운 데다 주택재고가 여전히 많아 미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바닥을 쳤어도 회복 모멘텀이 워낙 약해 탄력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인 셈이다.

실업률 전망도 1월에 비해 더 악화됐다. FRB는 8.5~8.8%(연율 기준)로 예상했던 올 실업률을 4월 FOMC 회의에선 9.2~9.6%로 높였다. 최근 악화된 고용사정을 반영한 조정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4월 실업률은 8.9%로 1983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FRB의 경기진단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보기보다는 경기회복 여부를 지켜보자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의 거시경제 담당 거스 파우처 이사는 "FRB의 경기전망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한 추가 조치를 내놓아야 할 정도로 다급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FRB의 신중론과는 대조적으로 정부는 물론 민간에서 경기회복을 시사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오바마는 이날 백악관에서 폴 볼커 전 FRB 의장이 이끄는 경제회복자문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가 조금씩 정상을 찾아가는 기미가 보인다"며 "대체 에너지 개발과 수출 확대가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에 나와 "금융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 덕분에 금융시스템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간 대출시장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줄어든 게 금융시스템이 안정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날 경제회복자문위원회에 참석했던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CEO)는 "경제 안정 징후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많다"며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케네스 루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CEO는 런던에서 열린 회의에서 "최악의 경기 하강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부터 미국과 유럽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마크 허드 휴렛팩커드 CEO는 올해 64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직 고통스런 슬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도 "계속되는 주택가격 하락은 수백만명의 주택담보 대출자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며 미 은행들엔 훨씬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