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 과정에서 처형된 '비운의 왕' 루이 16세가 체포 직전 남긴 포고문 원본이 처음으로 파리 시민에게 공개된다.

20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에 따르면 프랑스의 고문서 전문가인 레라르 레리티에는 미국인 수집가로부터 루이 16세가 1971년 파리를 탈출하기 직전 남긴 16쪽 분량 문서의 원본을 입수해 프랑스로 들여왔다.

이 문서는 루이 16세가 숨진 직후 원본이 사라져 사본으로만 내용이 알려져 왔으며, 레리티에는 수년간 끈질긴 추적 끝에 수백만 유로를 주고 원본을 입수해 이달 말부터 파리의 한 박물관에서 전시하기로 했다.

루이 16세는 프랑스 혁명 도중인 1971년 이 문서를 남기고 파리를 탈출하려다 붙잡혔으며, 1973년 반역죄로 처형되기 전까지 검사들은 루이 16세가 "프랑스를 시민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으려 한다"는 근거로 이 문서를 제시했었다.

루이 16세는 "모든 프랑스인에게 고함"으로 시작되는 이 문서에서 혁명을 모색하는 의원들이 "프랑스 왕정의 존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왕의 절대적 거부권을 옹호했다.

그는 그러나 "프랑스 국민과 파리 시민들이여, 여러분의 왕에게 돌아오라"면서 "나는 언제나 여러분의 어버이가 될 것이며, 여러분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겠다"라며 사회적 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회유적인 자세를 취했다.

루이 16세의 일대기를 쓴 작가이자 역사학자인 장-크리스티앙 프티피스는 "이는 왕이 자신이 원하는 것과 도주하려는 이유를 밝힌 마지막 정치적 문서라는 점에서 유언이라기보다 포고문에 가깝다"면서 "루이 16세의 통치 역사 및 프랑스 혁명과의 관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문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