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박대성 씨(31)가 미국 뉴욕타임즈(NYT)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의 광기를 보았다. 이곳에서 더 살고 싶지 않아 이민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16일(현지시간) 매주 토요일 게재하는 인물분석기사 '새터데이 프로파일'에서 박 씨와 서울 모처에서 가진 인터뷰 내용을 싣고 "미네르바 논란이 한국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네르바가 업계의 권위있는 전문가일 것으로 상상했던 사람들은 그가 2년제 전문대졸자에 실업자라는 사실을 알고 격하게 비난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인터뷰에서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친구의 부모가 경제난으로 자살했다"며 "자녀를 유학 보냈거나 소규모 기업을 운용하는 이들에게 환율 변동으로 생겨나는 위험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럼에도 정부는 나를 테러리스트처럼 취급했다"며 분개했다.

지난달 20일 무죄 판결을 받은 박 씨는 "독학을 통해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명문대를 졸업했으면 체포되지도 않았고 사람들이 나의 정체를 묻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미네르바 분석'을 놓고 벌어진 한국의 갈등에 대해서 박 씨는 "지지자와 반대 측 사이의 싸움에서 볼모가 된 기분이었다. 보수주의자들은 나를 공격했고, 나를 지지했던 자유주의자들은 내가 그들의 대변인이 될 수 없게 되자 나를 버렸다"며 "나에겐 비난밖에 남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NYT는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박 씨가 올린 글들이 온·오프라인 문화 사이의 긴장을 팽팽하게 했다"며 "오프라인에서 한국 사회는 여전히 위계질서가 지배하지만 익명성을 사용하는 온라인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박 씨는 "오프라인으로 나서는 순간 벽에 몰렸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욕설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만, 온라인상에서의 자아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오프라인에서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내가 한 일을 후회한다"며 "한국에서는 절대로 다시 블로그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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