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무원 임금 인상..야권 "기회주의" 비난

아르헨티나에서 다음 달 28일 치러지는 총선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오는 2011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브라질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는 아르헨티나 집권 페론정의당이 전날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의 총선 출정식을 계기로 총선을 페론주의에 대한 평가로 몰고 가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번 총선은 2011년 대선의 승패를 가름할 예비선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론주의는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1895~1974년 집권)이 제시한 개념으로,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사를 지배해온 정치철학이 돼왔다.

이번 총선에서는 연방 하원의원 257명 가운데 절반인 127명, 연방상원의원 72명 중 3분의 1인 24명을 선출하게 된다.

주의원과 시의원 선출도 동시에 이루어진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남편인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 최대 밀집지역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 연방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한다.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뿐 아니라 다니엘 시올리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지사와 세르지오 마사 수석장관, 인기 연예인 나차 게바라 등이 집권당 후보로 나설 예정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집권당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를 비롯해 코르도바 주, 산타페 주 등에서 정권의 사활을 건 '올인 전략'으로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야권의 세력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야권은 집권당을 이탈한 의원들과 마우리시오 마크리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장이 이끄는 중도우파연합과 급진당(UCR)ㆍ사회당ㆍ시민연합 등이 가세한 중도좌파연합으로 나뉘어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3월 농축산물 수출세 인상 조치에서 비롯된 정부와 농업부문 간의 갈등과 경제 성장세 둔화, 인플레율 상승, 실업률 증가, 빈곤층 확산 등이 집권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2003년 8.8%, 2004년 9%, 2005년 9.2%, 2006년 8.6%, 2007년 8.6%의 높은 성장세를 계속했으나 지난해 성장률은 7%에 그친 데 이어 올해는 4.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 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실제 인플레율은 정부 발표치 7.2%의 4배 정도인 25~30%에 달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또 빈곤층이 전체 국민의 32%(정부 발표 20%)에 해당하는 1천120만명에 달하고, 실업률도 정부 발표치인 8%가 아니라 최소한 10%를 넘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요인들이 겹치면서 집권 초기 60%에 가까웠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 3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전날 24만명의 공무원 임금을 15.5% 올리고 대학교수의 임금도 15%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총선 승리를 위한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고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가 보도했다.

총선을 불과 45일 앞두고 발표된 이 같은 임금 인상안은 그러나 야권으로부터 "총선 승리에만 눈이 먼 기회주의적 행태"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아르헨티나 여론조사기관들의 조사 결과 집권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한 반면 야권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답변은 5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응답자 20%가 모두 집권당 후보에 표를 던지더라도 열세를 만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집권당의 의회 다수당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