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은행에 우선주 매입 형태로 자본을 투입하기 직전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은행들에 이를 강요한 것을 확인해주는 문서가 공개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비영리단체인 '주디셜 워치'가 정보공개법에 따른 요청으로 입수한 문서를 토대로 폴슨 장관이 주요 은행들의 경영진들에게 정부의 정책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했음이 확인됐다고 14일 보도했다.

폴슨은 지난해 10월13일 오후 재무부에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 등 9개 은행의 경영진들을 불러 정부의 자본 투입 계획을 설명했다.

문서에 따르면 폴슨은 경영진들에게 "만약 자본투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감독당국이 어떤 상황에서도 이를 요구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은행들이 정부의 지원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국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경고했다.

폴슨은 또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은행들이 취약해지고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은행 경영진들에게 강조했다.

폴슨이 당시 은행에 정부가 자본 투입을 하는 것을 압박했다는 것은 은행 경영진들을 통해 언론에 알려졌지만 폴슨이 강요를 한 발언이 담긴 문서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회의 시작 3시간 반이 지난뒤 폴슨은 은행 경영진들이 얼마의 자본투입을 받을 것인지에 서명한 서류를 받아냈다.

이어 미 정부는 다음날인 14일 대공황 이후 최대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천500억달러를 투입,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9개 주요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지분을 사들이고 은행에서 발행하는 신규채권과 당좌예금에 대해서도 지급보증을 확대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기관 구제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주디셜 워치의 톰 피튼 회장은 정부가 민간부문에 마구 권력을 휘둘렀음이 문서를 통해 확인된다면서 정부가 은행들에 자본투입을 강요했다는 것에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심기가 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