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 왕 16조원 유산 놓고 유족·'애인' 법정공방

홍콩 사회가 아시아 최고 여성갑부의 유산 다툼으로 시끄럽다.

차이나켐(華懋) 그룹의 니나 왕(王如心·당시 69) 전 회장이 남긴 1천억홍콩달러(약 16조원)의 유산을 놓고 차이나켐 자선기금과 '니나 왕의 애인'을 자칭하는 전속 풍수사간에 2년을 끌어온 재판이 종국을 향해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명보(明報) 등 홍콩 언론들에 따르면 홍콩 최고법원은 8주간 심리를 마친 뒤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로 하고 11일 첫 심리를 개시했다.

청문회 개시시간을 한시간 앞둔 오후 1시30분 최고법원 정문 앞에는 '세기의 유산재판'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내외신 기자 100여명이 몰려들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니나 왕의 전속 풍수사였던 토니 찬(陳振聰·51)은 법정 개정 시간 30여분 전 변호인과 함께 승용차편으로 법정에 도착, 보도진에게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면서 법정 안으로 입장했다.

1천억홍콩달러라는 천문학적 유산을 둘러싼 법정다툼은 지난 2007년 4월3일 니나 왕이 자식도 없이 난소암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니나 왕이 숨진 지 17일만에 토니 찬이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니나 왕의 숨은 애인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니나 왕은 2006년 나를 유일한 수혜자로 지정한 유언장을 써 줬다"며 유언장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리나 왕은 지난 2002년에는 자신의 사후에 모든 재산을 가족과 차이나켐 자선기금에 넘긴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한 바 있다.

이같은 상반된 내용의 유언장을 근거로 양측은 리나 왕이 숨진 직후부터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토니 찬은 지난해 10월 최고법원의 예비심리에서 자신과 니나 왕은 1993년부터 그녀가 사망하기 1년 전인 2006년까지 '밤의 밀회'를 즐겨온 애인 사이였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만이 니나 왕의 재산을 상속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니나 왕 유족과 차이나켐 자선기금측 변호인들은 토니 찬이 영생을 보장받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니나 왕에게 유언장을 쓰도록 강요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니나 왕 유족측은 올 3월부터는 "토니 찬이 공개한 유언장은 위조된 것"이라면서 위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후 양측은 세계 최고의 문서감정가들을 동원해 유언장 검증 작업을 벌여왔다.

11일부터 열린 최고법원의 심리에는 영국 출신의 로버트 래들리(차이나켐 자선기금측)씨와 호주 출신의 폴 웨스트우드(토니 찬측)씨 등 당대 최고의 문서감정가들이 출석해 증언을 한다.

11일 심리에서 차이나켐 자선기금측 변호인은 "니나 왕이 3차례에 걸쳐 6억8천800만홍콩달러(1천100억원)를 토니 찬에게 줬다.

만일 그녀가 토니 찬에게 유산을 넘기려고 했다면 전 재산을 줬을 것"이라면서 니나 왕이 토니 찬에게 전 재산을 넘기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변호인은 또 2명의 문서 전문가의 감정을 토대로 토니 찬이 제시한 2006년 유언장은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니 찬측 변호인의 모두 발언은 12일 이뤄진다.

이번 재판은 2006년 유언장의 진위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라는 것이 홍콩 언론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니나 왕은 부동산 재벌이던 남편 테디 왕이 1990년 납치된 이후 발견되지 않자 법원에서 사망선고를 받아낸 뒤 남편의 재산을 놓고 시아버지와 8년간 법정다툼을 벌인 끝에 유일한 상속자로 인정받은 바 있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