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만명 정신적 고통으로 자살 위험

지난해 5월12일 중국 쓰촨(四川)성을 강타한 규모 8.0의 대지진에 시달린 중국인들은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12일 8만6천여명의 사망자와 천문학적 재산피해를 남긴 쓰촨대지진 1주년 기념일을 맞아 지진 피해현장을 찾아 사망자들을 추모하고 생존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 자살 유혹에 시달리는 생존자들 =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구조된 쓰촨성의 생존자 수백만명은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아픔과 고통의 순간을 잊지 못하고 정신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쓰촨대지진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4천480만명에 달한다면서 국제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산출법을 적용하면 이중 230만명이 정신적인 후유증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진 생존자들은 가족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등으로 끊임없이 자살의 유혹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심리상담사는 5-6천명 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 사망자 8만6천여명 중 학생 5천여명 = 쓰촨대지진으로 희생된 사람은 8만6천633명으로 공식 확인됐으며 이중 어린 학생들이 무려 5천335명에 달해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쓰촨성 정부는 지난 7일 쓰촨대지진 1주년에 즈음해 청두(成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5월 발생한 지진으로 6만8천712명이 사망하고 1만7천921명이 실종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학교 건물 부실시공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학생 사망자 수를 공개하지 못했던 쓰촨성 정부는 쓰촨대지진으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학생 수가 5천335명에 달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 지진 피해복구 공정률 85% = 지진 생존자들의 아픔은 아직 아물지 않고 있지만 쓰촨대지진으로 붕괴된 가옥과 도로 등 하드웨어 재건작업의 공정률은 85%에 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년간 3천600억위안(72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진 피해지역 복구와 재건사업을 벌여 8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내년 9월까지는 재건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지진으로 직업을 잃은 피해주민 129만명에게 새로운 직업을 알선하는 등 주민 지원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으나 피해 주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쉽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자연재해 참사 재발 막기 캠페인 = 중국은 쓰촨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중국에서 두번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대대적인 재발 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5월12일을 '자연재해 예방의 날'로 공식 지정하고 첫 자연재해 예방의 날인 오는 12일 자연재해 예방 및 감소를 위한 백서를 처음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중국 전역에서 자연재해나 긴급구조에 관한 기본 지식을 교육하고 긴급대피 방법, 산사태 예방법, 전염병 통제법, 재건 지침 등에 관한 서적을 배포하는 등 캠페인을 개시했다.

전문가들은 "쓰촨대지진으로 얻은 교훈은 국민들이 자연재해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준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라며 "긴급대피나 긴급구호, 사후대책에 관한 능력을 고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