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출신 불법이민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법원에 기소된 미국의 백인 청소년 2명이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피해자의 유족과 미국 언론은 법원 판결이 ‘인종차별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슈일킬 카운티 법원은 지난 2일(한국시간) 멕시코인 불법이민자 루이스 라미레즈(사망당시 25세)를 폭행해 숨지게 한 셰넌도어 밸리 고등학교 풋볼선수 브랜든 피커스키(3급 살인혐의·17)와 데릭 돈차크(인종차별적 협박혐의·19)에게 단순폭행 평결을 내렸다.

펜실베니아 북동부의 소도시 셰넌도어에 사는 백인 청소년 둘은 지난해 7월 밤길을 걷던 라미레즈에게 인종차별적 욕설을 퍼붓고 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일행의 발길질에 얼굴을 얻어맞은 라미레즈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이틀 후 사망했다.

라미레즈 측 국선변호사 로버트 프란츠는 법원에서 라미레즈가 폭행당한 사진을 배심원단에게 보여줬다. 그는 배심원들에게 "그는 모욕을 당했고 구타를 당했다. 그리고 그는 셰넌도어의 거리를 걸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두 청소년의 손을 들어줬다. 배심원단은 "안타까운 결과를 낸 길거리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남성·여성 각 6명으로 모두 백인이었다.

가해자인 피고 피커스키의 변론을 맡은 프레드릭 파넬리 변호사는 판결문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파넬리 변호사는 "아주 길고 힘든 싸움이었다. 명백히 언론에 의해 확대된 일"이라며 "이보다 더 나은 결과는 우리에게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슈일킬 카운티 법원의 제임스 굿맨 검사는 "판결에 실망했다"며 "우리는 이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맞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사건을 맡으며 "젊은 청년의 목숨을 잃게 한 이들이 기소된 이상 사법기관에 의해 처리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CNN은 3일 "법원과 백인들로만 구성된 배심원단은 불법이민자를 걷어차 죽이고 도망가도 된다는 '매우 위험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라미레즈는 7년 전 미국에 불법으로 들어와 주로 농장에서 딸기나 체리를 따는 일을 했다. 그는 미국인 약혼자와의 사이에서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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