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인플루엔자(SI)가 멕시코 이외의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인명 피해를 낳고 있는 가운데 SI가 스스로 소멸할 지, 치명적 전염병으로 악화될 지 여부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거릿 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미국에서 다수의 SI 환자들은 약물치료도 받지 않고 회복됐다고 밝히고 "바이러스가 저절로 소멸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찬 총장은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유행성 전염병은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기습적으로 인간을 공격한다고 경고했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도 SI가 건강한 성인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은, 일상적인 계절성 인플루엔자와 매우 유사하다면서도 기후나 장소 등에 따라 치명적 전염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의료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SI 이외 다른 질병들이 만연한 빈곤국가들로 SI가 확산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난달 30일 분석했다.

홍콩대 미생물학자인 관이는 특히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돌고 있는 인도네시아나 이집트에서 SI가 AI와 결합하면 전염성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SI가 멕시코에서만 176명의 사망자를 내는 등 다른 지역에서보다 치명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이지 사무차장은 이에 대해 "많은 연구와 관심의 대상이 될 사항이지만 우리도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보건 전문가들은 멕시코의 SI 감염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거나 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SI 바이러스가 멕시코에서는 강력한 바이러스로 발생했으나 널리 확산되는 과정에서 약한 바이러스로 변이됐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독성이 강해 숙주를 죽이는 바이러스는 빠른 확산이 어렵다는 것이다.

타임은 또 북반구에서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가 끝나가는 가운데 SI가 스스로 소멸할 수 있지만 인플루엔자 유행이 시작되는 남반구로 확산됐다가 다시 북반구로 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