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 리렌자 등 항바이러스제 남용 경고

돼지 인플루엔자(SI)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은 채 약품을 복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가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상파울루 주(州) 캄포스 도 조르당 시(市)에서 열린 제14회 판아메리카 전염병학회에 참석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SI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약간의 감기 증세에도) 약국으로 달려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의료 전문가를 거치지 않은 채 자가진단만으로 약품을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브라질 상파울루와 리우 데 자네이루 등 대도시에서는 멕시코와 미국 등에서 SI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타미플루와 리렌자 등 항바이러스제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와 보건당국은 물론 타미플루와 레렌자를 생산하는 업체들조차 "감기환자들이 스스로 SI 감염 가능성을 진단해 약품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아메리카 전염병학회의 세르지오 세메르만 회장은 "의사의 처방 없이 무차별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오히려 SI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브라질 정부에 대해 "자가진단 행위를 막기 위해 약국에서 타미플루 등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메르만 회장은 이어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남용하면 실제 SI 치료제를 복용할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항바이러스제를 병원과 보건소에서만 처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파울루 시 소재 에밀리오 히바스 전염병연구소의 카리나 폰타옹 소장도 멕시코, 미국, 캐나다, 스페인, 뉴질랜드, 영국, 이스라엘 등 SI 발병이 확인된 국가가 아니면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폰타옹 소장은 SI 감염이 우려될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것보다는 즉시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는 것이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권고했다.

한편, 학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전날 "SI가 전 세계인들에게 현실적인 위험이 되고 있다"면서 SI 바이러스가 향후 4개월간 전 세계를 휩쓸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SI 바이러스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공포스러운 상황까지 발전할 것으로 볼만한 동기는 아직 없다면서 "멕시코에서 발생한 사망자와 감염환자가 모두 SI 바이러스 때문인지 확인해야 하며, 멕시코에서는 일반 독감으로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