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감염 확산…감염자 45명으로 늘어
한국인 피해 아직 없어…한인 관광·식당업계 위축

미국 뉴욕시가 급속하게 번지고 있는 돼지 인플루엔자(SI) 감염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특히 뉴욕시가 미국내에서 SI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으로 드러나고, 수 백명의 학생들이 SI로 의심되는 사례를 보이는 등 자칫하면 뉴욕시가 멕시코에 이은 제2의 SI 진원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많은 한인들이 거주하는 뉴욕에서 아직 한인 SI 감염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으나 SI 감염 우려로 한인 식당이나 관광업체 등의 영업에 타격이 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 뉴욕시 감염자 확산 비상 = 미 보건당국이 28일(현지시간) 미국내 SI 감염 사례가 6개주에 걸쳐 68건으로 늘어났다고 밝힌 가운데 뉴욕시는 이중 45건을 차지하며 최다 감염 사례를 보이고 있다.

뉴욕시는 25일 퀸즈의 세인트 프랜시스학교 학생 8명이 첫 감염 사례로 확인된 이후 27일에는 그 수가 28명으로 늘어난데 이어 하루 사이에 17명이 추가로 불어났다.

감염이 확인된 대부분의 사례는 학생들이 멕시코로 여행을 다녀온 세인트 프랜시스고교 학생들이다.

그러나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이 학교와는 별개로 브루클린의 성인 여성 1명과 브롱스의 소년 1명이 SI로 입원했다고 밝혀 다른 곳으로도 SI가 확산된 것으로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시장은 또 한 공립 초등학교에서 82명이 아픈 것으로 나타났고 맨해튼 어퍼웨스트의 다른 학교에서도 6명이 검사를 받고 있다면서 감염이 의심되는 대부분의 가정과 교사들에 대한 검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뉴욕시 보건 책임자인 토머스 프리던도 이날 수 백명의 학생들이 SI로 의심되는 사례로 아픈 상태라고 밝혀 앞으로 SI 감염 사례가 추가로 더 크게 늘어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변종이기 때문에 우리가 강력한 예방책을 취하고 있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블룸버그 시장은 지금까지 감염된 것으로 진단된 모든 사람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해 생명이 위독한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또 이 병이 통상적인 독감과 크게 다르지 않고, 뉴욕에서 매년 수만명이 독감으로 고생한다는 점을 들며 SI에 대한 지나친 공포를 진정시키려는 모습도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도 SI 감염의 빠른 확산과 관련, 뉴욕을 주목하고 있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이날 멕시코 외의 다른 지역에서 SI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가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고 밝혔다.

WHO는 SI가 장차 얼마나 확산될지를 가늠하기 위한 잣대로 뉴욕을 근거로 한 감염 확산 속도를 미 보건당국 관계자들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과 인접한 뉴저지주에서도 SI 감염 의심사례가 나와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뉴저지 보건국은 최근 멕시코나 서부 캘리포니아주로 여행을 다녀온 5명이 인플루엔자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이들 모두 증세는 경미해 입원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 뉴욕 한인사회도 '걱정'= 뉴욕시에 SI가 확산되고 있지만 한국들이 감염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뉴욕총영사관 관계자는 "한인단체 등과 협력해 한국인 SI 감염 사례가 있는지를 계속 확인하고 있으나 지금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인 관광업계와 식당 등에서는 SI 확산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여행사에는 멕시코나 남미 관광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고 한인 식당에서는 삼겹살 등 돼지고기 판매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전반적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의 한인 여행업체인 D관광의 조모씨는 "멕시코 관광은 중단된 상태고 남미 여행도 예약이 많이 취소되고 있다"며 미국의 한인들이 여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음을 설명하고 한국에서 미국을 거쳐 멕시코나 남미로 관광을 가는 여행객들도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또 "전화 문의가 많이 오는데 뉴욕시나 주변 여행을 하는 것도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반적으로 여행이 위축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맨해튼의 한인 식당 등이 많이 몰려 있는 32번가도 SI 확산 이후 썰렁해진 모습이다.

강서회관의 김병철 지배인은 "삽결살을 비롯한 돼지고기를 찾는 손님들이 요며칠 사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어제 저녁에는 32번가에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줄어 썰렁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