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로 이란에 수감된 이란계 미국인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31)의 항소심을 앞두고 미국과 이란 정부간 장외공방이 치열하다.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그녀에 대한 간첩 혐의가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재판 과정 또한 전혀 투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그러나 그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들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산 카시카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7일 "이번 사건은 이란 국내 문제로 다른 나라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며 "법원이 증거를 공개할 경우 그녀의 지지자들은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사베리의 건강 상태를 놓고도 공방을 주고받았다.

로버트 우드 대변인은 "우리는 그녀의 육체적 상태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 대해서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녀가 집에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베리의 아버지는 딸이 지난 21일 이란 당국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단식에 돌입, 1주일 넘게 물만 마시며 연명하고 있다며 딸의 건강이 심히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 당국은 그러나 사베리가 단식투쟁을 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건강도 양호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하산 하다드 검찰청 차장은 이란 통신사 IRNA를 통해 "사베리의 건강 상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그녀가 단식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 사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몰아가기 위한 선전선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라디오 NPR과 BBC, 폭스뉴스 등의 프리랜서로 활동한 사베리는 이란당국이 발급해 준 취재 허가증 유효기간이 2006년 만료된 뒤에도 취재행위를 빙자해 간첩행위를 벌였다는 혐의로 지난 1월 체포된 뒤 지난 18일 1심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베리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그는 미국시민이며 어떤 형태의 간첩활동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석방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검찰에 서한을 보내 이번 재판에 대한 공정한 처리와 사베리에 대한 법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사베리 변호인단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고 항소심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