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 속도 관건..상황 예의주시"

돼지 인플루엔자(SI)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1분기 이후 바닥을 다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SI가 미국과 중남미를 비롯한 세계 경제에 상처를 입히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SI가 전세계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고 이 때문에 한국경제 역시 직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사스' 악몽 되살아나나
28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돼지 인플루엔자(SI)가 멕시코에서만 150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내고 있어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능가하는 피해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스가 발발했던 2002년 당시 전세계 25개국에서 900여명이 사망했는데, SI 또한 현재와 같은 속도로 퍼진다면 대규모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SI 감염 환자는 진원지인 멕시코를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로 번진 뒤 스페인, 영국, 독일에서도 감염 또는 감염 의심 환자가 발견되면서 전세계적 유행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SI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이날 현재 149명이며 감염 증상으로 2천여명이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도 현재 3단계인 전염병 경보 수위를 4단계로 격상시켰을 정도다.

문제는 SI를 막을 수 있는 맞춤형 백신을 만드는 데만 최소 수개월이 걸려 상당 기간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스는 발열 증세만으로 일단 구분이 가능하지만 SI는 이것만으로는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확산을 막기가 힘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 "전세계 3조달러 손실 가능"
전세계는 멕시코 발(發) SI가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어서려는 세계 경제에 다시 한번 대형 악재로 작용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7일 지난해 금융위기 발발 이전 시점에 발간된 세계은행(WB) 보고서를 인용,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경우 경제에 미칠 부담 비용이 총 3조 달러(약 4천조원)에 이를 수 있으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를 잠식할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을 전했다.

호주언론은 SI가 전세계로 확산될 경우 경제 피해 규모가 최대 4조4천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전세계 경제가 동반 타격을 입지 않더라도 산업 측면에선 여행과 관광.무역.축산업 등에서 직접적인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능성을 선반영해 주요국 증시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달러화와 엔화 등 안전 통화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홍콩 인플루엔자 사태 이후 지금까지 40년 이상 수차례 전염병이 돌았지만 피해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과민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우리 경제에 부담되나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SI가 전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입히고 이로 인한 교역량 감소로 우리나라의 수출이 줄어드는 것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특성상 세계경제가 크게 위축되면 여타 국가에 비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최근 가까스로 바닥을 다지고 있는 한국경제 역시 '더블딥'으로 내몰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비관적인 전망은 현재로선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사스 때처럼 해당국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한국의 경우 수출과 수입 포트폴리오가 분산돼 있어 특정 지역의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돼지 인플루엔자의 급속한 확산이 다소 우려되기는 하지만 국내에는 큰 영향이 없이 넘어갈 걸로 보고 있다"며 "세계 경기 침체에 돼지 인플루엔자가 겹치기는 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수출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보건복지가족부, 농림식품수산부,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을 중심으로 돼지 인플루엔자 국내 확산 방지를 위해 상시 점검에 나섰으며, 지식경제부 등은 수출 및 내수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분주한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SI는 순식간에 글로벌 수준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전세계로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는지에 따라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지는 만큼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보다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박용주 기자 president21@yna.co.kr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