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경보 4단계로 격상.."SI 진정에 초점"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는 돼지 인플루엔자(SI) 확산 사태와 관련해 현재 6단계 중 `3단계'에 있는 전염병 경보수준을 전염병 리스크의 상당한 증가를 뜻하는 `4단계'로 격상시켰다.

WHO는 이날 오후 제네바 본부에서 마거릿 찬 사무총장 주재로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비상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4단계' 경보는 WHO의 새로운 전염병 경보 기준에 의하면, 신종 바이러스가 인간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되어 "커뮤니티 레벨의 발병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다.

WHO측은 1개국 이상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인간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3단계 경보는 동물이나 인간-동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산발적인 감염을 초래하거나 인간 감염 사례가 일부 발생했을 때 취해진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이날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조치는 인플루엔자 전염병으로 가는 중요한 단계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거기까지 이르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우리가 그런 방향으로 조치를 취했지만,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전염병(지정)이 불가피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게이지 사무차장은 "SI가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현 시점에서 봉쇄는 실현가능한 옵션이 아니다"라면서 봉쇄를 위한 국경 통제나 여행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회원국 정부들에게 권고하고 SI에 적극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사람들이 항공편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글로벌 여행 시대에는 이번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은 없다"면서 "전염병 상황으로까지 진전된다면, 세계 모든 나라가 인플루엔자 전염병의 위험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지 사무차장은 각국의 대책과 관련, "SI 진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바이러스가 확산 중일 때 국경 통제 및 여행 제한 조치는 이 바이러스의 활동을 중단시키는데 실제로 거의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WHO는 상황을 매우 주의 깊게 모니터해야 하며, 이번 신종 H1N1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WHO에 따르면, 백신 개발에는 4∼6개월이 걸리며, 다량의 백신을 제조하는데는 추가로 몇 개월 더 걸릴 수 있다.

지금까지 멕시코에서는 SI 감염 등으로 인해 사망자 수가 149명으로 늘어났다.

WHO는 이날 현재 전 세계적으로 SI 감염 확인 사례는 미국 40건, 멕시코 26건, 캐나다 6건, 스페인 1건 등 모두 73건이라며 추가 확산을 우려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