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중국의 대규모 구매단이 지난 27일 미국으로 떠났다. 중국 언론들은 '수십억달러어치를 사올 것이다','32건의 대형 계약이 체결됐다'며 떠들고 있다. 단장인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장관)은 위안화의 위력을 과시하며 미 게리 로크 상무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중국의 해외 구매단 파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초 유럽에 구매단과 투자단을 보냈었다.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명분이었다. 물론 정치적 이유도 있었다. 당시 중국은 티베트 문제를 두고 심기를 건드렸던 프랑스를 방문국에서 제외,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었다.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를 만났던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고개를 먼저 숙이자 프랑스에도 구매사절단을 보내기로 했다.

이번에도 무역마찰이 일어날 잠재력이 가장 큰 미국에 구매단을 파견한 것은 앞으로 제기될 미국의 압력에 대응할 명분을 챙겨놓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중국과 지척에 있는 한국엔 정치적 이유가 없어서 구매단이 오지 않는 것일까? 남중국해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놓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일본에도 구매단이 파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면 꼭 정치적 이슈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불어 한국에서 살 만한 게 없다는 것도 중요한 원인일지 모른다. 이유가 뭐든 간에 돈많은 부자이웃이 바다 건너로만 돈을 쓰러 다니는 것을 보는 건 착잡한 일이다.

더 불편한 것은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한국이 싸다며 관광하러 갔던 중국인들이 쏟아내는 불평을 듣는 일이다. 한국에 갔더니 먹을 것도 없고,볼 것도 없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야 직성이 풀리는 중국인들에게 김치와 나물 몇점을 올려놓은 밥상이 성에 찰 리가 없다. 자금성과 창덕궁은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미국과 유럽으로 떠나는 큰손들은 그렇다 쳐도 관광객마저 유인할 준비를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중국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처럼 돈보따리를 싸들고 찾아오지 않는다면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왜 무서운 속도로 부유해져 가는 이웃이 다른 곳에 가서 물쓰듯 돈을 쓰는 것을 바라만보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