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아이작 뉴턴의 제3 운동법칙은 물리학에서만 적용되지는 않는다. 최근 미국 로비업계와 백악관의 역학관계가 꼭 이렇다. 작용을 가한 쪽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고,반작용을 보이는 쪽은 로비업계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연방정부 공무원들에게 로비스트를 접촉하지 말도록 금지령을 내렸다. 로비스트를 고용한 기업이나 이익단체들이 영향력을 발휘해 7870억달러의 경기부양 자금을 맘대로 빼먹지 못하게 하자는 과잉로비 제한령이다.

미 로비스트협회 등 로비업계 단체들은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그레고리 크레이그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서한을 보내 실망감을 표시했다. 간접적인 의사표시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지난 24일엔 백악관으로 몰려갔다. 놈 아이젠 백악관 윤리 · 정부개혁 특별고문과 회동,로비활동을 차단하지 말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라고 으름장을 놨다. 백악관이 어떤 로비정책 결정을 내리느냐를 보고 법적 소송도 완전히 배제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로비업계의 주장은 한 가지다. 자동차 세일즈맨까지 공무원을 자유롭게 만나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데 로비스트의 접근을 막는 일은 지나치게 형평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로비법에 따라 로비스트가 의회에 등록해야 공식 자격을 얻고,공무원들과의 접촉내용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엄격한 투명성의 원칙이다.

미국 내 기업들과 이익단체들이 나보란듯 대정부 · 대의회 로비활동을 벌이는 것은 이래서 근거를 얻는다. 지난 1분기 제너럴모터스(GM)는 280만달러,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은 100만달러를 연방정부 로비활동 자금으로 뿌렸다. 두 기업은 모두 정부로부터 천문학적인 국민혈세(구제금융)를 받아 연명하고 있으나 로비활동 자체가 문제되진 않았다. 구제금융의 로비자금 전용여부가 초점이었다.

워싱턴에 포진한 각국 대사관이 저마다 로비업체를 사서 미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 경쟁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 의회는 외국정부 대행기관등록법(FARA)을 통해 로비업체의 등록현황과 활동내용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애킨 검프 스트로스하우어앤드펠트' 등 로비 전문회사와 계약을 맺어왔다.

워싱턴 로비회사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애킨 검프는 '한국대사관이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법률자문을 받고 로비를 할 목적으로 고용했으며,2008년 6월30일까지 6개월 동안 9만9946달러의 로비자금을 사용했다'고 신고했다. 미 대사관은 지난해 12월 한 · 미 FTA가 미 의회에서 이른 시일 내 통과될 수 있게 측면지원할 '파븐 팜퍼 스트래티지스'라는 로비업체를 새로 고용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조만간 검찰에 소환된다. 그는 투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도덕성과 청렴성을 제일 가치로 내건 대통령이었다.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과 국가청렴위원회는 한때 시차를 두고 로비 양성화법을 추진했다. 이 법이 통과됐더라면 노 전 대통령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불법 로비 · 정치자금의 음습한 덫에 걸리지 않았을까. 악순환 단절은 우리 국민들의 반작용 크기에도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