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물론 상인들까지 속속 위폐감식기를 갖춰놓는 등 중국인들이 가짜 돈에 당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지만 신종 수법으로 빈틈을 파고드는 위폐 유통범들의 단수는 여전히 한 수 위여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헤이룽장성 하얼빈 일대에서 가짜 돈을 진짜 돈으로 바꿔치기하는 신종 수법에 당해 적지 않은 돈을 날리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공안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둥베이왕(東北網) 등 현지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30대 여성 2명으로 구성된 이들 위폐범들의 가짜 돈 바꿔치기 수법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이들이 주로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있어 번번이 농락당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하얼빈의 한모씨 집에 시중보다 싸게 팔겠다며 계란을 파는 여성 2명이 찾아왔다.

30개의 계란을 싼값에 팔면서 한씨의 환심을 산 이들은 "잔돈이 많아 번거로우니 지폐로 바꿔달라"고 부탁했고 한씨는 별다른 의심없이 이들이 내놓은 수백위안의 동전을 100위안짜리 지폐로 바꿔주었다.

이들은 한씨가 바꿔준 지폐의 귀퉁이가 찢어졌다며 몇차례 다른 지폐로 교환해줄 것을 요구했으며 한씨는 이들이 돈을 바꿔 떠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100위안짜리 12장이 몽땅 가짜 돈으로 바꿔치기된 사실을 깨달았다.

이 여성들은 이어 지난달 31일 하얼빈의 서모씨 집에도 나타나 동일한 수법으로 진짜 돈을 챙겨 달아났다.

계란을 팔고 10위안과 20위안짜리 동전 300위안어치를 100위안짜리 지폐로 바꿔달라고 한 뒤 서씨 부부가 바꿔준 지폐 가운데 찢어진 것이 있다며 몇차례 다른 지폐로 교환해달라고 요구한 것.
결국 서씨 내외는 집에 보관 중이던 100위안짜리 30장을 모두 꺼내 보여줬고 계란장사들은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그 가운데 3장만 골라 받아갔으나 며칠 뒤 저금을 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던 서씨는 은행직원으로부터 "3천위안이 모두 가짜"라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어야 했다.

경찰은 "계란을 싸게 팔겠다거나 동전을 바꿔달라는 것은 구실이고 돈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자신들이 갖고 있던 가짜 돈을 진짜 돈으로 바꿔 챙기는 것"이라며 "간단하게 거액을 챙기는 신종 수법으로 가짜 돈을 내고 물건을 사거나 거스름돈이나 챙기던 종전 잔챙이들의 수법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대담하고 지능적"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p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