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데뷔무대'..공동선언문 채택은 불발

남북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이 참여하는 미주기구(OAS) 제5차 정상회담이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19일 폐막했다.

쿠바를 제외한 34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트리나디드.토바고 정상회담은 취임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남미 지역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겠다고 약속하는 등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회원국들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하기로 입장을 모았지만, 쿠바 문제를 둘러싼 견해 차이 때문에 회담을 결산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하고 회담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회담에 앞서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좌파정부 지도자들은 쿠바가 이번 회담에 초청받지 못한 점을 들어 선언문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에서 쿠바와 베네수엘라로부터 긍정적인 신호들이 오고 있다며 양국이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으면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고 촉구하고 "쿠바 국민이 현재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 있는 만큼 지난 50년간에 걸친 정책은 실패했으나 급격한 정책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에서의 정치범, 언론자유 그리고 민주주의는 중요한 문제로 이를 제쳐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목을 받았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치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관영TV로 중계된 회담결산 연설에서 "우리는 분명히 다른 초점을 갖고 있으나 같이 일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차베스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 기간에 우호적으로 만남으로써 양국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실바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부한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쿠바가 참석하지 않으면 다음 OAS 정상회담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