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욕 증시의 흐름을 금융주가 주도한다고 여러차례 말씀드렸는데요. 미국 동부시간으로 14일 오전 7시 골드만삭스가 1분기 실적 을 발표합니다.작년 4분기 골드만은 1999년 기업공개를 한 이후 처음으로 21억 달러의 분기손실을 기록했습니다.톰슨로이터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골드만은 1분기 주당 1.60 달러의 순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적 발표 못지않게 투자자들의 관심은 골드만삭스가 증자로 자금을 확보해 100억 달러의 정부 공적자금을 상환할 것이냐에 쏠려 있습니다.골드만은 이날 50억 달러의 증자계획을 발표했습니다.최근 한 달 새 골드만의 주가가 70% 가량 급등한 만큼 자본을 확충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월말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나오고 정부가 용인하면 추가로 자본을 확충해 정부의 공적자금을 상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정부 빚을 갚으면 보너스와 연봉 규제 등 정부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연간 5억 달러의 이자 부담도 덜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자본력이 튼튼해져 빚을 갚는다는 데야 마다할 순 없지만 아직은 취약한 금융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번스타인 리서치의 브래드 힌츠 애널리스트는 “골드만이 100억 달러를 상환하면 자기자본비율(Tier 1)이 15%에서 13%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그런데도 일부 대형은행들이 공적자금을 상환하겠다고 나선 것은 정부의 지나친 경영 간섭에 대한 금융권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그동안 제이미다이몬 JP모건체이스 CEO는 ‘미국 주식회사’에 대한 비방의 위험성을 경고했고요.딕 코바세비치 웰스파고 이사회 의장은 대형은행에 대한 정부의 스트레스 테스트 계획을 우둔하기 짝이 없는 조치라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습니다.당분간 정부와 우량은행 간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 같습니다.

월가 대형 금융사 핵심 인재 유출‥유망 직종에서도 밀려나.

월가의 대형은행 핵심 인력이 정부의 연봉 및 보너스 제한을 받지 않는 소규모 투자회사나 사모펀드 등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월가의 옛 명성을 단시일 내에 회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첨단 금융 기법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곳을 찾아나서고 있는 것인데요.일부 소형사들은 예전에는 확보하기 어려웠던 핵심 인력들을 채용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투자회사 브로드포인트의 리 펜스터톡 대표이사는 “우리에게도 옛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러더스 같은 입지를 다질 기회가 왔다”며 “5년 전이라면 꿈도 꾸지 못했겠지만 월가가 소용돌이에 휘말린 지금은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대학생들의 취업선호도도 바뀌고 있습니다.특히 고액 연봉과 사회적 지위로 선망의 대상이 됐던 월가 금융사와 비즈니스 컨설팅 분야는 퇴조하고 대신 공공서비스 및 공무원,과학,교육 분야가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공공 사업 및 행정연구학회 조사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정부 및 공공정책 분야 대학원 진학 희망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경기 침체기에도 정부는 계속 고용을 늘릴 것이란 기대감을 반영한 것인데요.이를 두고 ‘오바마 효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이 그만큼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으로 미국인들은 보고 있습니다.로렌스 캣츠 하버드대 교수는 “예전 같으면 월가 금융사에 취업하길 원하던 아이비리그 졸업생들도 다른 곳에 취업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